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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다도해의 봄동열모 미국주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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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1  11: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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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열모 미국주재 대기자

다도해의 환상적인 봄 풍경은
수십 년이 지나도 눈앞에 선하다
그때의 그 풍경을 다시 그려보면
어느새 개구쟁이 시절이 생각난다

태평양 건너 고국의 남쪽 바다를 감싸고 있는 그리운 다도해. 그 다도해에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을 것이다. 거제도에서 통영을 지나 여수를 거쳐 목포에 이르는 잔잔한 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신비스러운 다도해. 뱃길을 가로막는 듯한 섬 사이를 빠져나가면 또 다른 섬들이 이쪽저쪽에서 나타나는 환상적인 다도해. 우거진 숲 속에 보이는 섬마을이 정겹기만 한 다도해. 물안개가 조용히 피어오르는 섬 사이를 고깃배들이 한가롭게 떠다니는 그림 같은 다도해.

다도해의 저 아름다운 풍광은 한민족의 정서가 아니고서는 감상할 수 없는 한 폭의 동양화와도 같다. 섬 너머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여객선의 뱃고동 소리는 이곳을 찾는 나그네의 가슴을 유난히 흔든다. 긴 여운을 남기는 저 뱃고동소리에는 이별의 아쉬움이 스며있기에 떠나간 옛 친구를 다시 생각나게 한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이마에는 아직도 잔설(殘雪)이 깔려있을 때에 다도해에는 이미 봄기운이 완연하게 나타난다. 아지랑이가 조용히 깔린 산자락에는 동백꽃과 진달래가 입술을 내밀고, 마을 앞들을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과 저 허공에서 들리는 종달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다도해의 봄을 더욱 정겹게 한다.

   
 

겨우내 밭에서 잠자던 마늘과 시금치도 봄볕을 받아 어느새 파랗게 자라 수확하는 일손을 바쁘게 한다. 밭에서 일하는 식구들의 점심을 광주리 담아 머리에 이고 한쪽 손에는 물주전자를 든 아낙네와 그 뒤를 따라가는 꼬마와 강아지의 모습이 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봄을 회상시킨다.  
저 평화스러운 섬마을에는 도시에서 나타나는 힘겨운 경쟁이나 얼굴 붉히는 다툼은 보이지 않고 오직 따뜻하고도 너그러운 농심(農心)만이 감돌고 있다. 섬마을에서 풍기는 농심이란 어떤 것일까. 그 농심은 조용한 섬마을에서 오직 대자연을 상대로 밭을 갈아 씨 뿌리고 가꾸는 과정에서 터득한 그들의 값진 생활철학이다.

농심은 거짓이 없는 자연만 상대하기 때문에 정직하고 순수하다. 농심은 씨를 뿌린 만큼 거두려고 하니 분에 넘치는 욕심이 있을 수 없어 범사에 감사하며 소박하게 살아간다. 농심은 대자연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웃과 경쟁할 일도 없으니 이 섬마을에는 언제나 따뜻한 인정이 감돌고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저 섬마을은 도시에 비해 부유한 생활은 못해도 마음은 편하고 넉넉해서 행복감을 느낀다. 섬마을 사람들은 행복의 참뜻이 무엇인지 농사지으면서 터득했다. 행복은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이나 백만장자의 호화로운 생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 하나로서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교통이 불편해 비록 도시의 문화생활은 누리지 못할 망정 이 섬마을이 그들에게는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낙원인 것이다.

이렇게 아늑한 다도해를 나는 지난날 고국을 방문한 기회에 찾아갔던 것이다. 그때 현지에서 직접 본 다도해의 환상적인 봄 풍경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눈앞에 선하다. 그때의 그 풍경을 다시 그려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느새 개구쟁이 시절에 뛰놀던 고향의 봄이 생각난다. 그 고향이 지금은 갈래야 갈 수 없는 저 북녘 땅에 있기 때문인지 가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하며, 고향의 봄을 연상시키던 다도해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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