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16)

과다한 복비 사용은
생산비 증가, 소출 감소
환경 파괴로 이어져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때로는 ‘얄미운 당신’을 만나게 된다. 내게 ‘얄미운 당신’이란 사람은 함께 배우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나와 힘겨루기를 하려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앞으로는 복합비료 대신 단비(單肥)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복합비료 대신에 단비를 써야 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단비란 질소-인산-칼리의 3요소 중 한 성분만 들어 있는 비료인데 비해, 복합비료는 2종 이상의 3요소가 들어 있는 비료를 말한다. 여러 가지 성분을 섞다보니 비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22-17-17 복합비료 한 포 살 돈이면 단비 1.8포를 살 수 있다.

땅에 비료기가 적은 70~80년대는 비료를 주는 만큼 얻어먹었다. 그때는 땅만 그런 게 아니었다. 사람들도 워낙 못 먹어 돼지비계도 막 먹었으니까. 그 후에 잘 먹게 되자 고칼로리와 고지혈을 일으키는 식품은 피하게 됐다.

사람들은 비료 값도 싸겠다, 주기도 편리하겠다, 소출도 잘 나겠다 복합비료 위주로 비배관리를 했다. 그렇게 10년 이상 마구 주다보니 흙에 엄청나게 축적되고 말았다. 인산의 경우 200㎎/㎏이면 되는데 10배 이상인 2,000~3,000㎎/㎏까지 축적돼 있는 흙도 꽤 있다. 칼리도 보통 3~4배 축적돼 있다.

그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비료 값은 비료 값대로 더 지출되고, 땅은 망가지고, 소출은 떨어진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환경이 망가진다는 점이다. 특히 인산의 경우, 흙에서 이동성이 아주 나빠서 주로 겉흙에 쌓여 있는데, 여름의 폭우가 흙과 함께 인산도 깎아 내린다. 70%가 경사지인 우리나라의 지형에서 인산의 손실은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내로 흘러들어가고, 강으로 가서 바다에 이른다. 수계(水系)가 인산이 부족해서 물풀들이 자라지 못했는데, 인산이 흘러들어가자 기름을 만난 불처럼 신나게 자란다. 산소가 부족해지자 물풀이 질식해서 죽는다. 죽은 물풀에 미생물이 덤벼 썩힌다.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물속의 산소가 바닥이 난다. 이번에는 미생물도 죽어버려 환원이 일어나는 생지옥이 된다. 그 과정에서 물고기도 산소 부족으로 모두 죽어서 떠오른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인산은 녹조와 홍조현상을 일으켜 양식어민들을 망하게 만든다.

그래서 시군의 농업기술센터는 흙을 분석해 주고 있다. 그것도 무료다. 이렇게 설명하면 ‘얄미운 당신’은 논에서는 모두 ‘맞춤형 복합비료’를 쓴다는 등, 농협에 가도 단비를 살 수 없다는 등, 그래서 복비를 쓸 수밖에 없다고 버틴다. 손해를 보는 쪽은 내가 아니고 ‘얄미운 당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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