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15)

▲ 유박을 준 구(왼쪽으로부터 두 번째와 다섯 번째 처리구)는 배추와 무씨가 발아되지 않았다.

미숙 유기물 주면
종자값․묘값 날린다
유기물은 완숙시켜야 안전

“교수님, 잎들깨 씨를 뿌렸는데 그 위에 미강비료를 줘도 되나요?”

내가 강의하는 마이스터대학의 한 학생으로부터 온 전화다. 질문의 전말은 이렇다. 오랫동안 하우스에서 잎들깨를 생산하다보니 염류축적 때문에 문제가 생기곤 했는데, 그전까지는 그 원인을 몰랐다. 잎들깨가 마치 기계충에 걸린 것처럼 뭉텅뭉텅 죽고, 흙이 마르면 허연 소금기 버캐가 끼는 것이 내 강의를 통해서 염류장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깊이갈이와 함께 생볏짚을 썰어 넣고 씨를 뿌렸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인다는 것이다. 유기물을 넣으면 좋다는 내 강의가 떠올라서 마침 2년 전에 사뒀던 60포대의 미강(쌀겨)을 기억했다는 것.

“완숙이 됐나요?”

“웬걸요. 2년 전 생것 그대로지요.”

“그럼 안 됩니다. 가스가 나오게 돼 있어요. 물론 겉에 뿌려주면 가스가 위로 올라가니까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유기산이 나오기 때문에 위험을 안고 줄 수는 없지요.”

미강의 경우, 최고 단백질 13%, 지방 16%, 질소 3%, 인산 6%, 칼륨 3% 정도가 들어 있다. 일반 화학비료보다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완효성인 대신, 효과가 오래 가는 지효성이기도 해서 고급 채소를 생산할 때 좋은 비료다. 사료로도 양질이라 일단 가축에게 먹인 후에 분뇨를 이용하면 더 경제적이긴 하다.

미강은 양분이 많은 만큼 발효과정에서 가스와 열, 그리고 유기산이 생긴다. 이것이 씨를 죽이고 묘도 죽인다. 그래서 해를 피하기 위해 파종이나 옮겨심기 적어도 보름 이전에는 흙과 섞어줘야 안전하다.

미강뿐만 아니라 유박도 이런 피해를 준다. 하우스재배에서나 노지에서도 농사 초보생이 가끔 저지르는 실수의 하나로 미숙 유기물을 줬다 종자 값이나 묘 값을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유박비료는 가스와 함께 유기산이 나와서 흙의 pH를 폭 넓게 변화시켜 뿌리를 곤란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농사를 어렵게 만든다.

전기전도도가 3dS/m이상 높을 경우, 재배 중에 퇴비액을 만들어 점적호스로 공급하면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00ℓ 통에 물 50ℓ를 붓고 20㎏의 완숙퇴비(반드시 완숙이어야 함)를 자루에 담아 수시로 저어 하루 저녁을 우린 것이 퇴비액이다. 다섯 번을 우리고 찌꺼기는 밭에 주고 우린 물은 관수 때에 함께 주면 좋다. 물론 완숙퇴비를 덧거름으로 주는 것도 좋고, 밑거름으로 주면 더 좋다. 유기물은 주고 나서 흙과 섞어줘야 더 큰 효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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