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김유호

과도한 포장거품은
생산비 증가․환경문제 유발
‘그린포장’ 실천해야

포장은 상품에 대한 정성이다. 포장은 내용물을 보호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혹한다. 소비자 눈엔 내용물도 중요하지만 상품의 겉을 싸고 있는 포장에 눈이 더 많이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포장은 중요하다. 단지 그 포장이 과도해지고 있어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농산물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물론 농산물의 포장이 화려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화려한 포장은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순기능적인 역할도 하지만, 모든 농산물을 화려하게 포장할 필요는 없다. 용도에 맞게, 필요한 만큼만 농산물을 포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좋기 때문이다.

최근 불필요한 소포장, 화려한 컬러 등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딸기의 경우,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투명 플라스틱(PP) 용기로 500g씩 작게 포장하고, 이 용기는 4개씩 종이상자에 포장된다. 도매나 대형 유통 단계에서는 종이상자 포장이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지만, 소규모 유통에서는 500g씩 소포장된 딸기만 팔려나가고 종이상자는 중간 유통 과정 중에 버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기존의 딸기 상자는 압축강도가 1,000kgf가 넘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보면 딸기 포장상자에 필요한 압축강도는 340kgf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상자가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제작돼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색도 마찬가지다. 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까지만 사용되는 포장상자에 별도의 종이에 풀 칼라(full color)로 인쇄돼 골판지상자에 붙이는 5도 인쇄는 조금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다. 골판지상자에 직접 3가지 색깔로 인쇄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인쇄용 종이도 절약되고 상자의 강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상자비용도 절감된다.

농산물의 포장 거품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생산자는 포장 때문에 거치지 않아도 될 공정을 거쳐 불편하고, 생산비 또한 더 들기 때문에 농가 경영비도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증가한 농가 경영비는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쓰레기를 버리는 부담 또한 소비자의 몫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거품을 사라지게 하려면 소비자가 화려한 포장에 속지 말고 내용물의 싱싱함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자는 경쟁적으로 화려한 포장을 내세우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유통업체도 농산물을 충분히 보호할 만큼만의 포장을 하는 것이 좋다. 굳이 화려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 유통비를 늘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2011년 12월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생산자단체, 유통업체, 소비자단체가 공동으로 농산물 과대 패키지를 줄이기 위한 ‘농산물 그린포장 실천 협약’을 맺은 적이 있다. 이 협약은 패키지 쓰레기 발생량 및 비용 증가, 농민 일손 부담 등 농산물 과대 패키지를 줄이기 위해 체결된 것이다.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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