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⑬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
농사나 지으라고?
자식을 거지로 만들려고?

초등학교 때 딱 어떤 선생님이라고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할 만큼 여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놈아, 그렇게 공부하려면 똥지게나 지어.”

커서 내가 농사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농사도 못 짓는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 같이 농사가 고도의 과학기술과 관련돼 있는 시대에만이 아니다. 그 옛날부터도 그랬다.

‘초파일에 물 잡으면 파농한다’는 속담이 있다. 초파일은 대체로 5월 초순경인데, 이때부터 논에 물을 잡아두면 모내는 시기까지 너무 길어 퇴비가 미쳐 발효되지 않아서 모에 해롭다는 점을 경계한 말이다. 우리 할아버지는 일러주셨다.

“얘들아, 근심엽번(根深葉繁)이라고, 뿌리가 깊이 뻗어야 잎이 번성하는 게야. 잎이 이상하면 뿌리를 먼저 봐야 하는 거야.”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장날이면 망태기를 메고 쇠전으로 개근하셨다. 왜냐고? 소똥을 주우려고. 왜 줍느냐고? 논밭에 넣으려고. 또 “모래밭에서는 한꺼번에 비료를 많이 주면 안 된다”고 경계하셨다. 빗물에 비료가 다 떠내려가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줘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이게 다 오늘날 과학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우리나라 흙은 양이온교환용량이 너무 작아서(모래는 거의 0에 가깝고, 우리 흙은 10, 일본 흙은 30, 미국 흙은 50mmolc/㎏정도다) 우리 흙보다 25배나 큰 유기물을 넣어야 보비력(保肥力)이 커진다. 또 다양하고 넉넉하게 미량요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농사에 유기물이 필수자재임을 밝히고 있다.

‘양이온교환용량’이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는 농업인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이것을 ‘과부촌’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흙은 여성 같이 음(陰, -)성이고 우리가 돈을 주고 사주는 비료가 홀아비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의를 하면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두 부류가 있다.

“이 중에 과부 분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그런 말을 쓰나요?”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데 강의가 끝나면 용기를 주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교수님, 그렇게 쉽게 토양과 비료를 설명하는 분은 처음이에요. 고맙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귀농자들을 조사를 했는데 가방끈에 비례해서 수입이 높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귀농교육을 얼마나 받았느냐와 관계가 깊다고 한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 농사나 지으라고? 자식을 거지로 만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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