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현대시의 거장 T.S 엘리어트의 장편시 ‘황무지’에 ‘잔인한 4월’이란 말이 처음 시작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월이 돌아왔다. 모든 생명체에 물기가 흐르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산과 들엔 화사한 봄꽃이 만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詩)속의 잔인한 사월이 주는 의미는 희망과 꿈의 봄이 아닌 더 이상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게 된 황무지 같은 현실을 묘사한 것이다.
정치권에도 사월은 1주기를 맞는 세월호의 아픔치유, 노동자 총파업 예고 등 어둡고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농업·농촌에도 잔인한 사월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호주, 중국, 뉴질랜드와 잇따라 FTA가 체결되면서 농업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한편 혹독한 봄 가뭄은 산불과 물 부족으로 영농 철을  맞는 농심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린 여기서 멈출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사월은 분명 우리에게 희망의 새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 땅위에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 시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는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강인함과 위대한 생명력과 부지런함을 자연에서 배웠다. 그래서 봄이면 어김없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가을의 풍요를 기다린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천둥과 먹구름을 이겨내야 하듯이 인고의 아픔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더 이상 잔인하지 않는 사월,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4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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