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평 ‘가을향기’ 박애경 대표

유럽·미국 유기인증 획득
지역 규제 한계 극복하고파

물맑은 양평 용천리에 들어서면 2천640㎡ 부지 가득 장독대로 들어찬 황토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유기농산물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장을 만드는 ‘가을향기’다.

맞벌이 부부였던 고(故) 김영환씨와 박애경 씨가 인천에서 이곳에 정착한지도 1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세월은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커리어우먼을 우리나라 유기농의 대표주자로 만들었다.

“1997년 남편과 귀농해 처음으로 농사를 시작할 당시만해도 유기농이란 개념이 생소했었을 때였어요. 단순하게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지어보자며 유기농을 시작했고 마을 어르신분들로부터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유기농을 고집했죠.”

당시 80㎏ 한 가마니에 16만원정도 하던 쌀을 24만원에 파는 것을 본 마을 주민들은 서서히 이들 부부를 따랐고, 지금 이 마을은 유기농단지가 됐다.

2000년 콩 두가마니반으로 시작된 가을향기의 유기농 장은 2001년 10월 무농약재배 품질인증을 받은 후 2002년 전환기 유기재배 품질인증을 획득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4년 10월에는 전국 최초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기된장, 유기간장, 유기청국장 품질인증까지 받았다. 볏짚까지도 유기농을 사용하는 고집이 이뤄낸 성과다.

생협에만 납품해오던 가을향기의 장들은 품질관리를 바탕으로 2005년 롯데백화점에 입점했고 2008년 9월 가을향기농장은 청와대 경호처에 유기농 장류를 납품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가을향기는 2009년에는 유럽연합 유기인증(EU Organic)과 미국유기인증(USDA-NOP)을 받았다.
수많은 시련과 고비를 이겨내고, 가을향기는 2009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2010년 2억6천만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정점을 찍었지만 그 이후 다시 한계에 부딪친 상황.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만 고집하다보니 제품의 다양화가 쉽지가 않았다. 또한  전통장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유기농장을 알리고 싶지만 친환경지구인 양평의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경 씨에게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다.

“전통장맛을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전통장의 명맥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양평의 각종 규제는 정말 손톱밑 가시같은 존재죠. 그렇지만 전통장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 개발을 통해 우리 전통장의 명맥을 잇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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