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이명철 박사

잡곡의 기능성물질 연구는
농산물 부가가치 창출로
농업인 삶의 질 향상 기여

토종 종자는 우리 선조가 물려준 가장 큰 유산 중 하나로 유사 이래 먹거리를 제공했던 우리의 생명과 뗄 수 없는 전통자원이다. 토종 종자는 수백 년을 한반도 고유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농민들의 손에 의해 인위적․자연적으로 선발돼 우리나라의 전통작물로 정착했다. 따라서 토종은 지금 농촌에서 재배되고 있는 많은 작물들의 새로운 품종 개발 기본 재료이거나 품종 그 자체가 됐다.

이러한 잡곡은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주 영양소인 전분, 단백질, 지방과 무기원소 또는 생리활성물질 등이 기본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잡곡은 우리의 주식이었던 전분작물인 쌀이나 보리, 감자, 고구마 등에 부족한 단백질, 지질, 무기질, 생리활성을 보완하는 곡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잡곡 중 조는 동의보감에 ‘좁쌀죽은 성질은 약간 따듯하고 맛은 달면서 갈증과 곽란, 설사, 이질을 멎게 하고 지나치게 졸리는 것을 없애준다’고 기술돼 있다. 또한 조혈효과가 있어 산후회복에 좋고, 베타알라닌, 베타카로틴, 비타민B군이 함유돼 있어 욕창치료, 불면증, 폐병 등을 치료할 때 쓰인다.

잡곡에 함유돼 있는 항산화물질은 세포의 산화를 억제해 장기와 피부를 젊게 하며 한의학적으로는 위열, 소갈, 이뇨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산후 조리 뿐만 아니라 여성, 성장기의 어린이에도 좋은 식품이다. 따라서 그동안 주곡작물에 밀려 도외시됐던 전통잡곡의 기능성 물질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생산과 이용은 새로운 농산물 부가가치 창출로 농업인과 귀농인의 소득원을 다양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 토종자원의 이름에서 우리선조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대부분 토종종자는 지역의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으나, 빨리 수확할 수 있다하여 ‘냉큼조’, 또는 ‘50일조’, 숙기가 늦어 ‘늦조’, 어른처럼 키가 크다 하여 ‘어른차조’, 이삭모양이나 색에 따라 ‘가지조’, ‘청차조’, ‘청살미차조’ 등 이름하나로 어떤 토종자원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그 동안 재배면적 축소로 농가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700여점의 우리 토종 조 유전자원이 보존돼 있으며, 농진청 밭작물개발과에서는 토종잡곡을 복원해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제주도의 오메기 떡의 주재료로 쓰이던 차조의 토종종자를 이용해 ‘삼다찰’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과학의 발전과 함께 과거 주곡이 아닌 잡곡에 대해 다양한 기능성물질과 효능들이 연구되고 있다. 금후 기능성 물질 탐색 등을 통해 떡, 과자, 술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한 부가가치가 높은 원료곡으로 각광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토종종자를 국가 자원화해 널리 활용되도록 힘쓰고 더 나아가 연구재료, 신품종 육성, 식·의약 신소재 개발로 그 이용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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