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⑪토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 토하의 특징
토하는 맑은 1급수에서 서식하는 손톱 크기의 연한 회색빛깔을 띈 민물새우를 가르키는 말이다. 전라도에서는 생이 또는 새비라 하고, 충청도에서는 새뱅이라고도 한다.
새뱅이(또랑새우)는 전남 지역의 오염되지 않은 하천이나 논 도랑에서 서식한다. 길이는 2~3cm이며 흑갈색(살아 있을 때)을 띈다. 생식 주기는 대략 1년 6개월로 추정되는데, 종자 입식은 3월 중순경이고, 3월 말에서 4월 초가 산란기이다. 11월 초에서 다음해 1월 말까지가 포획 기간으로, 이때 상품화가 가능하다.

이 새뱅이 새우를 3개월 간 염장 처리해 숙성시키고 여기에 찹쌀, 마늘, 생각, 고춧가루 등을 배합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토하젓이다.
토하는 그 지역의 토질에 따라 맛의 차이가 다양하며, 흙과 물이 토하의 맛을 좌우한다. 이전에 토하를 채취하려면 토하가 사는 하천에 솔가지를 담가두어 토하가 달라붙으면 건져서 털어 내거나 오염되지 않은 하천에서 뜰채를 사용하여 잡아냈다.

토하를 한바가지 잡으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양식장, 즉 논에 1급수의 물을 흘려보내 토하를 양식해 양식된 토하를 뜰채로 잡아내고 있다.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연 생태로 양식한 토하를 2개월 정도 저온 숙성시킨 토하젓은 일반 젓갈보다 키틴 올리고당이 풍부하다.

토하젓은 예로부터 여름철 꽁보리밥에 비벼먹으면 별미였다. 토하젓을 오래 두고 먹으려면 소금만 켜켜로 뿌려서 담그고 먹을 때 풋고추, 다진 마늘, 다진 파, 통깨 등으로 맛을 낸다. 바로 먹을 것은 토하에 찹쌀밥과 소금, 고춧가루를 넣고 한데 찧거나 갈아서 담근다. 생토하에 매운 죽처럼 양념한 것을 섞어서 젓을 담그기도 한다.

◆ 토하의 역사
한해 벼농사를 끝내고 농한기에 토하를 잡았는데, 토하로 담근 젓갈은 예로부터 입맛을 돋우고 여름철에 고기와 먹으면 배탈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진상되기도 했다. 토하젓은 실제로 중금속을 배출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성분이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전통 민간요법으로 혓바늘 같은 구강질환의 치료에 토하젓을 이용한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종기를 치료한다는 구절이 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토화젓 한숟갈만 먹으면 싹 낫는다고 해 일명 ‘소화젓’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단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보통 반찬으로 많이 먹으며, 돼지고기 쌈을 먹을 때, 김을 싸 먹을 때 등 각종 음식과 어우러져 우리의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 주는 최고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민물새우 가운데 맑은 물에만 살 수 있는 토하는 농약 등으로 인한 토양과 수질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토하젓은 저렴한 줄새우나 징거미새우를 토하로 속여 만든 제품들이거나 토하와 혼합해서 만든 것들이 많은 실정이다.
토하는 일반 민물새우와 달리 가격에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품질에 따라 1Kg당 10만 원~15만 원 선에 거래되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계곡저수지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영암군 금정면에서는 1990년대 초반 금정면 3,000여 평과 인접한 금오 마을의 1,600여 평을 합해 4,600여 평의 토하 양식장을 운영했다. 1990년대 후반 금정면 관내의 36가구의 농가가 토하 양식을 할 정도로 성업을 했는데, 재래식 양식과 뒤떨어진 시설로 경쟁력을 상실해 농가들이 속속 양식을 포기하고 말았다.

◆ 토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토하 양식은 물 관리가 까다로워 고난도의 양식 기술이 필요해 전업농가가 아니면 양식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농약기운만 있어도 자취를 감추는 토하는 그 간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사라졌다가 강진군 옴천면에서는 최근 마을 전체가 친환경 농업지역으로 선포되면서 조금씩 다시 개체수가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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