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⑪

인산은 골에 집중 시비해
가능한 한 흙 접촉 줄여야

▲ 퇴비나 인산비료를 줄 때 골을 파고 주는 것이 비효를 높인다.

커피 한 잔을 양동이에 부어 먹으면 커피 맛이 날까? 맹물일터니 물어보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그처럼 인산비료를 흙에 주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비료든 줄 때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양지판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예민한 것이 인산비료다. 질소-인산-칼리 3요소 100kg씩을 각각 흙에 주었다 하자. 이것들이 작물에 흡수되는 양을 보면 각각 60-20-35kg 밖에 안 된다. 나머지 40-80-65kg은 손실이 생긴다. 특히 인산의 경우에는 흙속에서 고정이 일어나 80%가 불용화된다. 작물이 빨아먹지 못하는 꼴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농사에 인산만 잘 관리해도 농사를 퍽 잘 지을 수 있다.

그럼 왜 인산의 손실은 배보다 배꼽이 클까? 이를테면 인산(H2PO4-)은 미모의 여성이다. 그런데 흙에는 사내, 그것도 홀아비들이 득시글거리는 정글이다. 사내들의 이름은 알루미늄(Al)과 철(Fe)이다. 우리나라 흙에는 알루미늄은 15%, 철은 7%나 들어 있다. 이들은 인산 같은 미모의 아가씨가 들어오기만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인산이 들어가면 덥석 가로채어 강제로 결혼을 해 인산알루미늄(Al-P)와 인산철(Fe-P)이 된다. 그게 바로 ‘인산의 고정(phosphorus fixation)'이다. 이렇게 되면 좀처럼 녹지 않아. 식물이 먹지 못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같이 pH가 5.8내외의 강산성 흙에서는 알루미늄과 철이 많이 녹이나와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인산은 흙에서 이동성이 가장 나쁘다. 질소가 1년에 158cm 움직일 때 인산은 겨우 4cm만 움직인다. 그래서 가능하면 인산비료를 줄 때 흙과는 적게 접촉하게 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밭에 비료를 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전면살포(broad casting)와 골시비(band application)가 그것이다. 석회 같이 온 밭을 개량을 할 때는 밭 전면에 모두 뿌려주는 전면살포가 좋지만, 인산 같이 고정이 잘 되는 성분은 골에다 집중적으로 줘서 가능한 한 흙과의 접촉기회를 줄여줘야 한다. 인산의 경우 300kg을 밭 전면에 주는 것보다, 100kg을 골에 집중적으로 주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 필자는 1973년 산지개간 붐이 한창일 때, 이  두 방법으로 주고 콩을 심었더니 100kg 골시비한 곳이 300kg 전면시비한 곳보다 콩이 훨씬 더 많이 매달린 것을 경험했다.

골시비보다 더 인산비료의 효과를 크게 얻으려면 퇴비와 같이 주면 더욱 더 좋다. 유기질비료는 흙보다 여성의 힘이 25배나 강해서 알루미늄과 철이 유기질비료와 결혼하기 때문에 인산고정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퇴비를 만들 때 인산비료를 섞어 만들면 더더욱 좋다. 퇴비도 온 밭에 다 뿌려주는 것보다 심는 골에 집중적으로 주면 적은 퇴비로도 훨씬 더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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