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여는 젊은 여성농부들 ⑨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 졸업 정이은 씨

대학생·연구원·농사꾼…1인3역 완벽소화
최고 품질 버섯 소비자에게 인정받고파

대학원생, 버섯농장 연구원, 농사꾼. 휴일도 없이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정도의 스케쥴이지만 정이은 씨(28살)의 얼굴에서는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매일 버섯과 함께 하면서도 차안에도 건조한 표고버섯으로 장식해 놓았을 정도로 버섯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 그녀의 버섯 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숨쉬는 것처럼 당연했던 농사꾼의 길= 그녀에게 ‘농업’은 당연한 미래였다. 단 한번도 다른 길을 고민해본 적 조차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당연하게 농업의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동생들이 7살·13살 터울이라 저에대한 아버지의 믿음이 남달랐어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는 늘 저에게 ‘동생들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죠.”

홍성과 논산을 오가며 양돈업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빨리 일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버섯재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버지는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천안에 있는 연암대학 진학을 결정지은 후 아버지가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아버지의 양돈일을 도와야하니 축산과에 진학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원예학과에 입학하게됐죠.”

그때까지도 그녀는 자신에게 배움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있다는 걸 고등학교때까지만해도 알지 못했다.

▲배울수록 빠져드는 농업의 매력= 학교생활을 할수록 뭔지 모를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암대의 경우 원예전반을 이론위주로 교육하다보니 버섯 교육은 일주일에 2시간 남짓이었어요. 버섯 분야를 깊이있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그 무렵 그녀는 ‘한국농수산대학’을 알게됐다. 바로 자신이 원하던 학교였다. 이미 대학과정을 마쳤지만 망설임없이 입학을 결정했다.
농수산대학은 그녀에게 또다른 길을 열어줬다. 바로 ‘배양’이었다.

“버섯이 만들어지기 까지 균으로 키우는 과정, 배지에서 생육시키는 과정으로 나뉘는데 대부분 생육과정에 집중하게 돼죠. 그런데 저는 2학년 실습기간동안 곤지암에 있는 버섯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균을 다루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어요. 더 배워보고 싶었죠.”
그녀는 정규 3년 과정을 마치고 1년의 심화과정을 거쳐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 하나농산㈜에서 연구실장을 맡게됐다.
주중에는 연구소일을 하고 주말에는 홍성에 내려가 아버지를 돕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이도 모자랐을까? 그녀는 안성에 있는 한경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다른 분야의 일들이었다면 감당하지 못할 스케쥴이죠. 하지만 제가 아버지 농장을 전적으로 맡게되면 수익을 내야한다는 책임감으로 경영에만 집중해야하니 아버지와 함께할 때 배우고 싶은 것을 모두 배워보자 결심했죠. 모두 버섯에 관련한 일이다보니 힘든줄 모르겠더라구요.”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버섯 브랜드 만들터…= 현재 송 씨와 아버지는 기존에 하던 양돈 400두와 함께 표고버섯을 연 10만봉 재배하고 있다.
아직은 아버지가 주로 농장을 운영하고 송 씨는 주말에 가서 돕는 수준이지만 대학원을 졸업하면 그녀가 전적으로 물려받을 계획이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배지 연구도 때가됨년 본인의 농장에 접목시켜 볼 생각이다.

6차산업이 대세인 요즘, 너도나도 체험농장과 가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좋은 품질의 버섯을 생산하겠다는 일념으로 1차 산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부녀의 모습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궁극적인 목표는 최고 품질의 버섯을 생산하는거죠. 가공과 체험 등은 그 다음일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고품질 생산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버지와 같은 생각이지만 유통분야에서는 아버지와 조금 생각이 달라요.”

무조건 예쁘고 좋은 버섯을 재배하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라는 아버지와 마케팅을 통해 좋은 상품을 알려야 한다는 딸 사이에 작은 의견차이가 생기고 있다.
“버섯을 선물받은 사람들이 보관방법을 묻기위해 회사로 전화하는 경우가 종종있어요. 단순하게 포장에 설명서라도 넣어주면 저희 물건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포장과 마케팅을 통해 최고 품질의 버섯을 소비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해볼 생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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