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少年)’이란 풋풋한 낱말이 있으니 ‘노년(老年)’이란 말도 응당 있지만, 우리 모두 늙은이를 이를 때 ‘노인(老人)’이라고 부르는데 익숙해져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국가로부터 수령하는 나이,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나이, 정부에서 병이 났을 때 무료로 간병을 도와주는 나이,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소위 ‘지공선사(地空禪師)’가 되는 나이, 삼시 세끼를 집에서 챙겨야 하는 ‘삼식이(三食~)’로 전락해 끼니 때마다 아내의 눈치를 슬슬 살피기 시작하는 나이… 65세다. 그 65세 이상의 노년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공식적으로 노인이라 부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2015년 기준으로 무려 674만명이다. 게다가 평균수명이 10년 단위로 3년씩 늘어나는데, 노인의 절반 정도가 마지막 10년은 건강문제로 골골거리다 생을 마감하니 그 노인들 모두에게 ‘100세 장수시대’가 축복이 될 수 없다. 여기저기서 무슨 건강찬가처럼 ‘구구팔팔 이삼사’(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삼일 만에 세상을 뜨는 것을 이름)을 노래하지만,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공허한 메아리로 귓전에 맴돌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망상같은 ‘에이지즘(ageism)’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젊음만 내세우고 늙음을 뒷전에 숨기는 것, 젊음만 예우하고 늙음을 홀대하는 것 모두가 그런 에이지즘에서 피어나는 것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철지난 젊음에 매달려 아름다운 노년을 놓칠 것인가. 놀랍게도 의학적·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은 30세부터 서서히 노화(老化)가 진행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노년의 로망은 한낱 헛된 꿈이 아니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 2011년부터 3년여간 블로그, 커뮤니티, 트위터 등에서 ‘노후(老後)’와 관련된 웹문서 1146만건을 분석한 결과 ‘홀로’ ‘친구’ ‘일’ ‘여행’ ‘텃밭’ 등 다섯가지가 가장 두드러지게 언급된 키워드 였다고 한다. 말하자면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위해 노년들이 로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다.

늘그막에 독거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뒤섞여 있는 ‘홀로’, 부부와 남편, 자녀, 아내보다는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친구’, 준비없는 은퇴 후의 불안과 고민이 배어있는 연관어 ‘일’, 건강·행복·여유를 상징하는 노후의 최대 로망 ‘여행’, 지속가능한 생활의 즐거움을 주는 나만의 힐링캠프 ‘텃밭’…모두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노년의 로망들이어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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