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식품분야는 여성의 섬세함과
예술적 감각, 유연한 사고방식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다.

우수한 우리 농식품을
세계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여성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2015 동경식품박람회(Foodex Japan 2015)’에 다녀왔다. 동경식품박람회는 세계 3대 식품박람회 중 하나다. 식품업체들의 다양한 신제품을 살펴보고 세계 식품시장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금년 박람회의 화두는 단연 ‘건강과 미용’이었다. 다양한 건강식, 기능식, 웰빙식품을 갖춘 한국관은 동경식품박람회의 최대 인기관이었다. 미역국수, 다시마국수, 오미자원액 등 건강과 간편함을 강조한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aT가 운영한 ‘한국김치 홍보관’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한국요리 경진대회에서는 숙성김치, 이른바 ‘신김치’ 시식회가 열렸다. 단맛이 강한 ‘겉절이 김치’에 익숙한 일본인에게 숙성김치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신김치의 맛에 빠져 숙성김치를 수입하는 회사를 소개시켜달라는 일본인들도 많았다.

중국 시장도 ‘건강과 안전’이 식품소비의 추세이다. aT가 지난 1월 발간한 ‘한국 농식품 중국 진출 길라잡이’ 마케팅 보고서에도 잘 나타난다. 중국의 고소득층은 한국식품을 선호한다. 자국산 식품의 안전 및 위생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안전하고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식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분유의 경우 중국내 원료 부족과 식품안전 사고로 인해 100여개 수입 브랜드 제품이 경쟁하고 있다. 한국산 분유는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장 확대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우리와 입맛과 식문화가 비슷하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식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 높다. 중국은 9천억 달러가 넘는 큰 시장이기도 하고 향후 증대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슬람권 시장도 떠오르는 식품수출시장이다. 이슬람권은 인구가 17억 명에 이르며, 식품시장의 규모는 연간 1조 달러 이상이다. 중동 지역은 고온건조하고 사막지대가 많아 농산물 생산이 어렵다. 밀, 올리브, 대추야자가 주로 생산될 뿐이고 대부분의 농산물을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과거 이슬람권은 우리나라와 식문화나 기호가 전혀 달라 농식품 주요 수출시장으로 대두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알로에음료, 어포스낵, 홍삼, 김치, 녹차 등 다양한 한국식품이 이슬람권에 수출되고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무슬림들은 이슬람법에 따라 허용되는 ‘할랄(Halal)’ 식품만 먹을 수 있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조리법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최근에는 무슬림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인들도 할랄식품을 즐겨 찾는다. 할랄식품이 ‘인증 받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계 식품시장의 대세는 ‘건강’이다. 한국음식의 기본정신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다.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하나라는 것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의 식품업계 추세와 부합한다. 한국식품이 건강식, 웰빙식, 영양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개방화시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김치, 장류 등 다양한 한국식품이 세계적인 웰빙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식품의 건강 기능성을 국제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뒷받침되면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맛과 멋, 위생, 제품 포장, 디자인 개선, 스토리텔링 발굴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편의점, 안테나숍, 드럭스토어 등 유통매장별 판매전략도 새롭게 짜야 한다. 식품분야는 여성의 섬세함과 예술적 감각, 유연한 사고방식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이다. 우수한 우리 농식품을 세계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여성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농식품 수출 100억불 시대를 조기에 달성하려면 식품분야에서 여성 능력이 크게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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