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⑩

구덩이에 물을 흠뻑 주고
흙으로 메워주며 나무 심으면
비가 알아서 흙을 다져준다

▲ 같은 날 심은 딸기인데 왼쪽은 부슬부슬한 상토에, 바른쪽은 원래의 진흙 밭에 심은 결과 자람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식목일 날이면 나무를 나눠주시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구덩이를 파고 물을 흠뻑 쏟아 붓고 곤죽을 만든 다음 나무를 세운다. 흙을 채우고 다시 물을 준다. 그리고 흙이 꼭꼭 밟아줘야 흙과 뿌리가 꼭 붙어서 잘 산다.”고 말씀하셨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뿌리가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뿌리가 하는 일을 알게 되면 이해가 갈 것이다. 뿌리는 다 알다시피 양분과 물을 흡수한다. 그리고 먹은 만큼 배설한다. 대부분은 먹는 것은 알지만 배설하는 것을 모른다. 먹은 만큼 배설하지 않으면 배가 터져 어찌 살까. 그런데 무슨 똥오줌이던 고약한 것은 식물도 마찬가지. 식물이 먹은 만큼 싸는 똥오줌은 수소이온(H+). 그래서 뿌리근처 흙은 제가 그동안 싸놓은 똥오줌으로 강산성이 돼 있다. 뿌리 안보다 더 많은 수소이온이 밖에 있으니 배설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꽉 찬 화장실에서 배설해야 하니 밀어낼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배설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려면 뿌리가 호흡을 해야 한다. 즉 산소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편, 양분은 반대로 뿌리 밖보다 안쪽이 더 많(높)다. 계속 빨아먹고 있으니 농축돼 있는 상태다.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계속 빨아들이려고 하면 역시 에너지(힘)가 필요하다. 이래저래 뿌리는 산소가 필요하다. 뿌리는 잎에서 만들어 내려 보낸 당을 산소로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에너지(ATP)를 써서 똥오줌도 싸고, 양분도 흡수한다.

그런데 물로 흙을 곤죽으로 만들면 공기(산소)가 들어갈 틈이 없어진다. 흙의 떼알이 모두 깨져 홀알이 되면서 구멍을 다 메우고 강력한 흙덩이를 만든다. 뿌리가 답답한 사정을 누가 알까. 비가와도 물을 저장할 공간이 없어져 버린다. 얼마나 목이 마를까? 누가 이 사정을 짐작해서 사는 동안 내내 겪는 나무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나무를 심고 꼭 밟아줘야 할 때가 따로 있다. 가을과 겨울에 걸쳐서 심을 때는 심고 나서 꼭꼭 밟아줘야 한다. 공간이 있으면 서릿발이 들어가 내한성이 약한 뿌리를 얼려 죽인다. 이때도 물을 주고 밟아서는 안 된다. 공간이 싹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가을 겨울에 걸쳐서 심을 때는 물을 줄 필요가 없다. 나무는 겨울잠에 빠져 있기 때문에 물이 거의 필요가 없어서 흙에 있는 수분으로도 충분하다.

구덩이에 인심 좋게 물을 흠뻑 주고 흙으로 메워주며 나무를 심으면 비가 알아서 흙을 다져준다. 힘들이고도 나무에게는 해로운 짓을 올해부터는 삼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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