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⑯

“우리는 식탁의 지휘자가 돼
 와인을 한 종류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도록 하면 된다”

손님과 함께 마실 와인은 어떤 와인이 좋을까?
와인애호가가 돼 와인매장 판매대에서 눈에 익은 와인들이 제법 보일 때쯤 되면, 모처럼 특별한 요리를 하거나 손님을 초대할 때 예전에 없던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바로 식사에 맞는 와인을 결정하는 일이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와인에 관심이 없던 때에는 아무 술이나 한 병 내놓으면 그만이었지만 조금 알고 나니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 돼버린다. 손님의 취향도 생각해야겠고 준비한 요리와 잘 맞는지도 봐야한다. 그러나 어려워 말고 아래 내용을 참고하면 멋진 식탁을 꾸밀 수 있다.

“와인 선택의 핵심은 요리와의 어울림이다.” 언젠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씨가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은 음악가이지만 실은 요리를 꽤 잘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지휘자는 여러 악기의 소리들을 잘 어울리게 하여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것이 갖가지 식재료를 사용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는 식탁의 지휘자가 되어 와인을 한 종류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도록 하면 된다.

담백한 전채요리에는 가볍고 상쾌한 와인
어른들 말씀에 “식전에 단 것 먹으면 밥맛없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식욕을 돋게 하는 전채요리는 대체로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며 상큼한 향을 가진 요리가 많다. 나물무침이나 냉채류, 가벼운 생선회 등에는 단맛이 적고 상쾌한 화이트와인이나 스파쿨링와인이 잘 어울린다.
 

기름지고 향이 강한 요리에는 무겁고 힘 있는 와인
우리 식단이 항상 코스 요리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주요리가 기름진 육류이거나 향이 강한 종류라면 와인도 그에 맞춰 향미가 강하고 단맛이 적은 레드와인이 어울린다. 와인의 향이 너무 강하면 음식의 향미를 해칠 수 있고, 음식에 비해 너무 연하면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음식과의 균형이 요구된다. 흔히 ‘생선에는 화이트와인, 육류에는 레드와인’의 공식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가끔은 생선살이 삶은 돼지고기 편육보다 기름진 경우도 있으니까.

식사의 마지막은 스위트와인으로 마무리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식사의 마무리는 중요하다. 식욕을 정리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단맛이 필요한 시간이다. 과일, 아이스크림, 케익, 아이스홍시 등 달콤함으로 무장한 디저트에는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스위트와인이 최고의 궁합을 보여준다. 단맛이 좀 있는 스파클링와인이나 아이스와인,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음식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몇 가지 추천하자면 생선구이에는 샤르도네 품종의 화이트와인, 대하나 꽃게 같은 갑각류에는 청량감을 주는 스파클링와인이 잘 어울릴 것이다. 기름진 등심스테이크에는 까베르네소비뇽 또는 쉬라 품종의 파워풀한 레드와인, 버섯이나 채소가 함께 들어간 볶음요리에는 피노누아 품종의 와인을 추천한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만약 초대한 손님이 술을 잘 못하면 가급적 알코올도수가 낮은 와인으로 한두 종류 간단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술이고, 사람 또한 만인만색(萬人萬色)이니 어떤 사람과 잘 맞는 와인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잘 아는 사람에게 내가 즐겨 마시는 와인을 추천하는 것은 마치 중매를 서는 것처럼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일이다. 당신이 와인숍 매니저나 소믈리에처럼 전문적인 중매쟁이가 아니라면 아주 잘 어울릴 만한 상대가 나타났을 때만 중매에 나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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