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⑨

비료를 주지 않고
나무를 심으면
마치 물 한 병 주고
사막으로 내모는 격

과수를 일반 나무같이 생각하고 대강 심어서 낭패 본 사람이 많다. 얼마 전 체리(양앵두) 강의 시간에 농가가 사진을 스마트폰에 담아 와서 체리나무 나이를 맞춰 보라고 한다.

“한 3~4년 된 것 같은데요.” “어디요. 심은 지 10년이나 됐는걸요.” “왜 이렇게 안 컸나요?” “체리 묘목 장수가 심을 때 비료는 물론, 퇴비도 넣으면 죽으니 나중에 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어요. 그 말만 믿고 심고 나중에 비료를 줬더니 이 모양이 됐어요.” 제대로 비료를 주고 심었더라면 지금쯤 돈방석에 앉아 있을 터인데, 참 안타까웠다. 과수는 반드시 비료를 주고 심어야 한다. 그걸 전제로 육성된 나무라 비료 없이는 크지도 않고 열매도 잘 안 달린다.

그러나 화학비료가 뿌리에 직접 닿으면 뿌리가 말라 죽을 수도 있다. 질소비료나 유기질비료와 석회가 직접 닿아도 질소가스가 나와 죽을 수 있다. 그럼 왜 퇴비(모든 유기질비료를 통칭해서 이렇게 말한다)도 넣지 말라고 한 것일까? 퇴비도 죽게 만들까? 그렇다. 심을 때 발효가 덜 된, 냄새나는 유기질비료를 넣으면 가스가 나와 뿌리를 죽인다. 냄새가 안 나도 발효가 덜 된 것은 가스가 나온다. 묘목이 죽으면 불량묘목을 팔았다고 판 사람에게 덤터기를 씌운다. 그러니 비료를 주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비료를 주지 않고 나무를 심으면, 마치 물 한 병을 주고 사하라사막으로 내모는 격이 된다. 뿌리가 저장양분(거의 없다)을 다 썼는데도 가까이에 비료가 없으면 계속해서 자랄 수 없다. 그 때문에 묘목이 뿌리에 저장한 양분을 다 쓰기 전에 근처에 비료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꼭 비료를 밑거름으로 주고 심어야 한다.

과수는 일단 심으면 20년 이상 소득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회사를 설립한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투자를 넉넉히 해서 심어야 한다. 반드시 배수조치를 해서 심고 배수가 나쁜(찰흙) 땅에서는 본래의 표면보다 다소 높게 심어야 잘 자란다.

굴삭기 등을 이용해서 가능하면 1m 깊이, 30㎝ 너비의 골을 판다(깊고 넓을수록 좋다). 완전 발효된 유기물 10아르 당 2톤(많을수록 좋다)을 골에 넣고, 3요소 화학비료를 유기물에 얹어준다. 유기물은 비료의 저장탱크라 용탈에 의한 손실을 현저히 줄여준다. 이때 개간지나 생땅에서는 용성인비를 100~150㎏ 증시한다. 구할 수 있다면 유기질비료이면서 인산비료인 계분비료를 넣으면 좋다. 다만 완전히 발효된 축분을 넣어야만 가스피해를 피할 수 있다. 시비층과 뿌리와의 직접 접촉을 막기 위해서 흙으로 2~3㎝ 덮고 과수를 심는다.

심으면서 구덩이를 메우는 흙에 석회를 뿌리면 비료나 유기물과 석회가 만나면서 생기는 암모니아 가스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너무 꼭꼭 밟으면 흙속의 공간이 줄어든다. 심을 때 돈을 아끼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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