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⑨이천 게걸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 이천 게걸무의 역사와 특징
게걸무는 경기도 이천지역의 목화밭이나 콩밭 사이에서 재배돼 온 토종무로 매운 맛이 강하고, 껍질이 두꺼우며 육질이 단단하다. 게걸무는 순무와 같은 종으로 암, 황달, 치질, 피부미용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걸무는 육질이 단단해 몇 년이 지나도 무르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에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워 준다. 소금에 절여 땅에 묻었다가 겨울을 지난 후에 먹을 수 있는데, 겨울이 지난 후에 꺼내 먹으면 맛이 시원하고 상큼하다.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김치를 담갔을 때 오래 삭혀서 먹는 것이 좋다. 짠지를 담가 여름에 먹기도 하는데, 이천게걸무김치는 김장이 끝난 뒤 담가 먹는 장아찌에 가까운 김치로 게거리김치라고도 한다. 이천게걸무장아찌는 소금에 절인 게걸무에 치자물을 들여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킨 것이다. 게거리장아찌라고도 한다.
농촌진흥청은 게걸무, 일반무, 강화의 지역 특산물로 알려진 순무의 영양적·기능적 특성을 비교 분석해 게걸무가 차별화 된 영양특성과 기능적 특성을 갖는 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게걸무는 일반무나 순무에 비하여 수분함량은 낮은 반면, 단백질, 지방, 회분, 섬유소 함량이 높았고 나트륨(Na), 마그네슘(Mg), 칼륨(K), 칼슘(Ca) 등의 무기질 함량이 높은 독특한 특성이 있다.
또한, 무 등의 십자화과 식물의 기능성 물질로 알려진 함유황화합물의 함유 수준을 측정했을 때 게걸무가 다른 2종의 무에 비해 기능적 특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게걸무는 단단한 조직감과 매운맛이 강한 특성 때문에 짠지, 김치, 물김치 등으로 이용되거나, 게걸무를 생으로 먹으면 속병이 없어진다고 해 이천지역에서 상용하여 왔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이 지난 2006년 설문조사한 결과 이천 지역주민이 지역특산물인 게걸무를 먹어본 비율은 62.9%에 그칠 정도로 최근에는 옛맛을 기억하는 몇몇 농가에 의해서 별미 먹을거리로만 재배하고 있다. 현재 생산량이 많지 않고 점차 서구화된 현대의 식생활에 밀려 게걸무를 이용한 김치 등이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추세다.

◆ 이천 게걸무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2006년 경기도 이천시에서 요청한 ‘현장애로기술 지원 연구’를 통해 게걸무의 특성을 살리고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조리가공제품 7종을 개발했다. 이 연구결과를 이천시농업기술센터에 기술이전 했고, ‘이천 도자기’, ‘이천 쌀밥’ 등과 함께 ‘게걸무를 이용한 상품’을 새로운 특산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천지역의 잊혀져가는 특산물인 게걸무를 계승·발전시켜 지역 주민들의 귀속감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지역산물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더 나아가 관광객의 관심을 끌어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하도록 힘쓰고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