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⑦

토심이 깊어야
물․양분이 잘 올라오고
잘 내려간다
깊은 곳 땅기운이
작물을 키워주니까…

‘천근성작물’이란 포도, 참다래, 오미자, 앵두, 블루베리, 고추 등과 같이 뿌리가 깊이 들어가지 않고 주로 겉흙에 머무는 작물을 말한다. ‘얕은뿌리성작물’이라고 하는 이것들은 뿌리의 80%가 깊이 20~30㎝에 분포하고 옆으로만 뻗는다. 반면, 심근성작물(깊은뿌리성작물)은 30㎝이하 1㎝까지 깊이 뻗는다.

그럼 왜 뿌리가 깊이 뻗지 않고 겉에서만 맴도는 것일까? 이런 작물들의 공통점은 키가 작거나 덩굴을 뻗어 감고 올라간다는 점이다. 뿌리는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고, 먹은 만큼 배설하고, 양분을 저장한다. 또한 제 자신이 넘어지지 않게 지탱한다.

뿌리는 깊이 들어갈수록 쓰러지지 않고 물도 많이 빨아먹을 수 있지만 불리한 점도 있다. 깊이 들어갈수록 산소가 희박해서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뿌리가 맘대로 숨을 못 쉬면 물과 양분을 빨아먹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 수 없게 되고 갈변하거나 심하면 썩는다. 과습하면 이런 현상은 매우 심각하게 일어난다.

무엇보다도 바람에 쓰러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어떤 것은 뿌리를 깊이 박고, 어떤 것은 덩굴을 뻗어 타고 올라간다. 덩굴을 뻗으니 쓰러지지 않게 되자 뿌리를 깊이 뻗을 필요가 없어져버렸다. 그렇다고 얕게 심거나, 토심이 얕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물이든 토심이 깊으면 깊을수록 잘 크고 열매도 많이 맺는다. 왜일까?

조선왕조의 건국을 축하하는 ‘용비어천가’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안 쓰러지니, 꽃도 잘 피고 열매도 잘 열린다.’고 쓰여 있다. 예나 지금이나 뿌리가 깊이 뻗으면 그 만큼 작물의 자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뿌리의 깊이를 좌우하는 것은 토심이다.

어떤 이가 귀농하면서 논에다 포도를 심었다. 책을 보니 ‘포도는 천근성작물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이는 그 말에 따라 30여㎝를 객토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포도를 심었다.

3년까지는 그런대로 자랐다. 그이는 다디단 포도가 주렁주렁 달리는 광경을 그리며 귀농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런데 4년째부터 장마 때마다 나무는 물구덩이에서 순은 시들고 잎은 누렇게 떴다. 가물면 순은 자람을 멈추곤 했다. 그이는 큰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포도는 천근성’이라는 말을 ‘포도는 얕게 심어도 된다.’고 알아들은 것이 큰 잘못이었다.

심근성작물은 물론, 천근성작물도 1m를 한도로 하여 깊이 파고 심을수록 잘된다. 토심이 깊어야 물과 양분이 잘 올라오고 잘 내려간다. 깊은 곳의 땅기운이 작물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럴 돈이 당장 없다면 결혼패물이라도 팔아야 한다. 일단 땅을 깊이 파고 잘 썩은 퇴비를 넉넉히 넣고 심으면 패물은 20~30년 동안 매년 나무에서 자연히 주렁주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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