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경영지도사

▲ 임창덕 경영지도사

“밥상머리 문화가
되물림 되지 못하고 사라지면
어른들의 권위도 사라진다.”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일어난다.”
농업인이 생산자이고 도시민은 소비자다. 결국 농업인과 소비자는 소비가 일어나야 식량공급이 원활해지는 ‘공동생산자’ 관계에 놓이게 된다. 또한 도시민도 ‘소비농부’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각인(刻印)이라는 용어가 있다. 도장을 새긴 듯이 머릿속에 깊이 기억된 것을 뜻한다. 컬쳐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각 나라의 문화코드를 분석하면서 각인에 주목했다. 우리의 사고 과정을 강하게 규정하고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각인은 이성적으로 학습된다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 각인의 대표적인 예가 닭에 관한 것이다. 닭은 날수 있는 신체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날지 않는다. 그 이유는 태어난 병아리가 날지 않는 어미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행동은 생득적(生得的)이지만 그 시작은 습득적(習得的)이라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바른 밥상 밝은 100세’ 캠페인과 ‘식사랑 농사랑’ 운동을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을 통해 농업·농촌·농업인을 살리고, 우리 몸에 맞는 신토불이 농산물을 애용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맥락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지난 해 기준 23.1%까지 낮아졌다. 나머지 76.9%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추세라면 2008년과 2010년 곡물파동과 같이 주요 곡물생산국에서 수출 중단으로 인해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또 다시 전개될 지도 모른다. 그나마 자급률이 높은 쌀의 1인당 소비량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커피라고 한다. 단일 음식 기준 주당 섭취빈도가 12.2회로 가장 많았고, 배추김치 11.9회, 설탕 9.7회, 잡곡밥 9.6회 등의 순이었다. 아침밥 먹기 운동 등 쌀 소비 촉진 운동에도 불구하고 쌀 포함한 곡물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패스트푸드와 같은 서구화된 식습관은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 생산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일어난다. 농업인이 생산자이고 도시민은 소비자다. 결국 농업인과 소비자는 소비가 일어나야 식량공급이 원활해지는 ‘공동생산자’ 관계에 놓이게 된다. 또한 도시민도 ‘소비농부’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의식은 농업지수(AQ)를 높여 농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 농산물 소비가 촉진되어 농촌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우리 농산물 소비가 촉진되기 위해서는 첫째 가정에서의 요리, 둘째 학교·기업체 등에서의 급식, 셋째 일반 식당에서의 조리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 중에서 ‘가정에서의 요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서의 요리가 활발해 지면 밥상머리 교육, 집 밥 먹기가 자연스럽게 실천된다. 그러나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조리 방법에 대한 자녀 교육이다. 앞에서 닭이 날지 못하는 이유가 어미의 날지 않는 모습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요리하지 않는 부모 밑에 자란 자녀는 요리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가정에서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밥상머리 문화가 되물림 되지 못하고 사라지면 어른들의 권위도 사라진다. 그래서 가정은 문화와 식습관이 만들어지고, 우리 농산물의 선택이 일어나는 첫 번째 장소이자, 우리 농촌을 활성화시키는 마지막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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