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⑥

▲ 논가에 쌓여 있는 규산질비료. 밭에 줘도 좋은 효과가 있다.

석회 대신 밭에 규산비료 넣어
산성흙을 개량하는 것도 현명…
수량․품질 높여 국가적으로 이익

“규산질비료는 논 비료지 밭 비료는 아니다.”

맞는 말일까? 아니다. 밭에 줘도 효과가 나니까 꼭 맞는 말은 아니다. 그럼 정부는 왜 논에만 주라고 하는 것일까?

“나는 규산질비료 안 주고도 벼농사에서 다수확을 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전국 논흙의 9할이 적정한 규산(157ppm)에 못 미친다. 그런데 벼는 질소보다 11배나 많은 규소를 흡수할 만큼 규산을 좋아하고 필요로 한다. 볏짚을 논에서 내갈 경우에는 10아르에서 50㎏이상 규산이 손실됨으로 반드시 규산질비료는 줘야 한다. 안 주면 벼농사에서는 손해를 본다.

벼에 들어간 규산은 표피세포에 침전된다. 조직이 딱딱하게 돼 벼멸구의 주둥이가 막혀버리기 일수다. 그만큼 규소는 벼 세포를 강하게 만들어줘 도열병과 해충에 강해진다. 도복에도 강해져 벼농사에 필수비료다. 그러나 다른 식물에게 꼭 필요한 성분은 아니다.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요즘 나도는 규산질비료는 제철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그 점에 대해서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도 많다. 산업폐기물을 논에 버리게 하는 정부의 꼼수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밭작물에도 규산질비료는 좋은 이유가 많기 때문이다. 산성을 중화하는 효과(생석회의 절반 정도)가 있다. 철이나 알루미늄과 붙어서 고정된 인산을 녹여서 유효화 시켜준다. 영국에서 지난 100년 동안 10아르 당 규산질비료 45㎏씩을 줬더니 인산흡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더 좋은 이유는 규산질비료는 철강 생산에서 나온 철강의 똥(슬래그, 광재)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똥(좋은 인산비료다)이나 가축의 똥이 농사에 좋은 거나 같다고나 할까. 철강석의 불순물을 빼내서 좋은 철강을 만들기 위해 석회석(그 밖에 코크스와 사문암도 넣는다)을 넣고 쇳물을 만들기 때문에 슬래그에는 상당량의 석회의 주성분인 칼슘과 마그네슘, 그밖에 매우 다양한 미량요소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정부가 국민 혈세로 무상 공급하는 규산질비료는 논에서 더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밭에 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논가에 내깔려 두는 것보다는 석회 대신 밭에라도 넣어서 산성흙을 개량하는 것은 현명하다. 칼슘과 마그네슘, 밭작물에게 부족하기 쉬운 미량요소를 공급해서 수량과 품질을 높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다.

요즘 논가에는 쌓여 있는 규산질비료를 눈여겨봐야 한다. 3월 안으로, 주라는 석회 양의 1.5배쯤 밭에 뿌려주면 올 농사에 알게 모르게 덕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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