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④

버릴 것 없는 게 어른말씀
‘잘 새겨듣는 지혜’ 있어야…
그러려면 안목 키우는
연구·공부 게을리 말아야…

“농사 베테랑의 말을 듣지 말라.”고 했더니, 어떤 이가 “그럼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따져 묻는다. 글쎄다.
최근 20~30년 사이에 우리 농업환경은 바뀌어도 너무나 바뀌었다. 두엄만 해도 그렇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에는 소에게 풀과 볏짚만 먹였다. 두엄 1톤에 질소-인산-칼리가 각각 1㎏씩 들어 있었다. 사료를 먹이는 요즘은 각각 7㎏씩 들어 있다. 7배나 걸어졌다. 옛날 생각으로 두엄을 맘껏 밭, 특히 하우스에 낸 농가는 염류장해로 고생이 많다. 30년 이상 하우스 오이 농사를 지어온 오산의 한 농가는 2이하이어야 하는 흙의 전기전도도(EC)가 무려 22.2나 되었다. 농사를 잘 지을 욕심으로 마구 소두엄을 퍼다 넣은 것이 화근이다. 농사가 엇박자로 돌아갔지만 아무도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전북 익산의 토마토 하우스의 부자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 강의를 들은 아들은 비료를 더 주면 더 안 된다고 했다가, 비료를 더 줘야 농사가 된다는 아버지와 싸움이 붙었다. 싸움에는 아버지가 이겼지만 농사는 꼬이기만 했다. 그 집 흙의 전기전도도 상상을 초월하는 8.5였다. 그 노인이 알아듣게 설명하는데 1시간 이상 공을 들여야 했다.
상상도 못하게 변한 게 오늘의 농업환경이다. 기후만 해도 그렇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가 봄과 가을이 실종돼버리고 곧장 여름과 겨울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8℃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 평균보다 2.4배나 더 높은 수치다. 20여 년 전 제주에서만 생산되던 겨울배추와 감자가 전남 해남과 보성까지, 한라봉은 고흥과 나주까지, 사과는 대구에서 영월까지 올라왔다.

번지(樊祗)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스승님, 오곡 가꾸기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늙은 농부보다 모른다.”
스승은 자신은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동네에서 제일 잘 짓는 노인에게 엎드려 배우라고 충고한다. 버릴 것 없는 것이 어른의 말씀지만 ‘잘 새겨듣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 안목이 있어야 하고, 안목을 키우려면 끊임없이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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