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③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처럼 황당한 말은 없다. 베타랑 말을 믿다가 배를 산으로 끌고 간 사람이 적지 않다.
내 얘기를 해보자. 한 번은 어디서 강의를 들은 박 아무개가 오이가 잘 안 큰다며 와서 봐달고 한다. 우리 집에서 25㎞나 떨어진 용인시였다. 현장에서 흙의 영양 상태를 검정하는 키트를 가지고 달려갔다. 측정 해보니 질소도 바닥, 인산도 바닥이다. 더구나 물이 질벅질벅하다.

귀향해서 논에다 하우스를 짓고 오이 묘를 심은 귀농 1년생. 꿈이 하늘을 덮고 있다. 어려서 도시로 가서 공업 분야에서 일한 그는 농사에는 빵점이었다. 논에다 밭작물을 심어야 할 경우,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배수조치다. 배수조치 없는 밭농사는 끝장을 보기 쉽다. 그는 논 그대로 갈아서 오이를 심었다. 잘 안 크니 물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계속 관수를 했다.
나는 즉시 효과를 낼 수 있는 시비처방을 일러줬다. 이미 강의시간에 강조한 비료들이지만 그런 비료가 없었다. 바로 사서 처리를 하겠다며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열흘이 지났건만 함흥차사였다. 그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놓지 않은 것이 내 불찰이었다. 하우스로 달려갔다. 오이는 여전히 바닥에 붙어 있었다. 내 실망은 컸다.
“비료 사 넣었어요?”
그는 뜻밖에 고개를 외로 빼면서 내 시선을 피했다.
“하우스가 길옆에서 있어서 동네사람들이 오며가며 들어와요. 한 마디씩 듣다보니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요.”

장기판에서 훈수로 이기는 사람치고 혼자서 이기는 사람이 없고, 귀가 여려 남의 말로 농사짓는 사람치고 돈 버는 사람이 없다. 베타랑 말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되고 무조건 버려서도 안 된다. 자신이 판단해야 한다. 그럴 정도가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만이 성공적으로 농사지어서 돈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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