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⑬

▲ 프랑스의 각 생산지 별로 사용하는 와인병의 모양.

고급와인에는 비싼 병을
사용한 경우가 많지만,
비싸게 보이기 위해
병만 고급으로 사용하는
와인도 있다.

며칠 전 필자가 속해있는 와인모임에서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병을 가린 상태에서 와인을 시음하고 생산지나, 포도품종, 수확년도 등을 알아맞히는 블라인드테스팅(Blind Tasting)이벤트가 열렸다, 문제는 이벤트를 진행하려 알루미늄호일에 싸여진 와인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을 때 발생했다. 참석자 중 몇 사람이 병의 형태를 모르게 완전히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와인병의 모양이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두툼한 천으로 감싸고 나서야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바로 와인병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병의 모양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생산지나 포도품종에 따라 고유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병의 선택은 기본적으로 생산자의 마음이기 때문에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의 유명세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만든 와인이라 하더라도 프랑스의 어떤 생산지와 비슷한 품종이나 유사한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면 병의 모양 또한 비슷한 스타일로 따르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있다.

또한 와인병은 모양이나 용량에 따라서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인 750ml의 병들과는 달리 프랑스 쥐라지방의 뱅죤느(Vin Jaune)라는 와인은 클라블랭(Clavelin 620ml)이라는 독특한 크기의 병에 담겨지고, 독일의 프랑캔지방에서는 ‘염소의 낭심’이란 뜻을 가진 가죽주머니 모양의 복스보이텔(Bocksbeutel)이라는 병을 사용한다. 또한 이탈리아 토스카나지역의 키얀티(Chianti)와인은 밀짚으로 싸여진 피아스코병(Fiasco Bottle)에 담겨져 판매된다.
다만 최근 들어서 관리와 수출입의 편의성 때문에 이런 독특한 병들이 점점 사라져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 것은 하나의 전통, 하나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와인병의 크기에 따른 이름

병의 크기도 살펴보자.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보는 750ml용량이 표준병(Standard Bottle)이다. 그러나 드물게는 다른 크기의 병들도 있다. 국제선 비행기에서 자주 제공되는 1/4크기의 작은병(Split, 187ml)에서부터 성대한 파티를 위한 어린 아이 키만한 병(Melchizedek, 30L)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와인병 바닥의 움푹하게 들어간 부분이 깊을수록 비싼 와인이라면서요?”
와인에 관한 질문 중에 꽤나 자주 받아온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오목한 부분이 깊을수록 병 값은 비쌉니다.”

와인병의 바닥면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펀트(Punt)라고 부른다. 옛날에 병을 입으로 불어서 만들던 시절에는 병에 바람을 불어넣던 파이프를 떼면서 병의 바닥이 뾰족하게 튀어나오게 되는데 그냥 두면 병이 바로 서지 못하므로 굳기 전에 안쪽으로 밀어 넣은 것에서 유래되었다. 펀트가 깊다고 해서 비싼 와인이 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펀트가 깊은 병은 용량이 같아도 유리가 많이 사용된다. 당연히 병 값이 비싸지고, 외적으로 커져서 돋보이기도 해 현재까지 와인병에 많이 남아있는 형태이다. 물론 고급와인에는 비싼 병을 사용한 경우가 많지만, 비싸게 보이기 위해 병만 고급으로 사용하는 와인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아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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