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①

▲ 이완주 박사

방귀귀신의 실체는 질소가스
작물은 타고 사람은 두통…

경기도 오산시에서 하우스 오이농사를 짓는 이 씨 부부는 겨울이 되면 부쩍 병원을 들락거린다. 골치도 아프고 여기저기 아프지만 별 효과가 없다. 내외가 병원을 사흘들이로 다니다보니 농사가 엉망이다. 하우스 농사꾼에게 겨울철은 건강과 함께 여러 가지가 힘든 계절이다. 왜 그럴까?
흙에서 나오는 ‘방귀귀신’ 때문이다. 흙에서 방귀귀신이 산다고? 아이! 무서워라. 원래 방귀귀신은 질소비료였다. 무식한 주인 때문에 비료가 방귀귀신이 되었고, 꽉 막힌 하우스에서 귀신은 못된 짓이란 짓은 다 한다.

귀신은 흙에서 나오자마자 수영할 곳을 찾는다.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 들어가서 수영을 즐긴다. 비닐하우스 천정에 매달린 이슬과 오이 잎에 매달린 이슬이 참 좋은 수영장이다. 천정의 수영장은 커지는 이슬방울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잎으로 추락한다. 새벽에 헤어져 잎의 수영장에 들어갔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도 잠시. 해가 떠오르자 수영장은 마르고 귀신들은 모두 죽는다.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잎을 타게 만든다. 잎이 타니 주인은 병이라고 살균제를 뿌리지만 들을 리가 없다.
한편 어떤 방귀귀신들은 주인 부부의 코로 들어가 핏속에 녹아들어가 골치를 아프게 만든다. 하우스에서 잠수병에 걸리는 꼴이다. 방귀귀신의 실체는 질소가스다. 마치 잠수부가 깊은 바닷물에 들어갔을 때 너무 빨리 올라오면 핏속에 녹아 들어간 질소가스가 나오지 못해 걸리는 잠수병과 다를 바가 없다.

병원에 가보지만 의사는 원인이 질소가스 때문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약 처방을 해주지만 효과가 없다. 부부가 병원을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으니 농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흙에서 질소가 도망 나가서 오는 질소결핍 때문에 오이 끝이 송곳처럼 뾰족하게 된다.
이런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흙의 산도(pH)를 측정하는 것이다. pH가 5.5이하이거나 7.5이상에서는 방귀귀신, 즉 질소가스가 나오게 된다. 방귀귀신을 잡으려면 pH를 6~7로 잡아줘야 한다. pH를 잡아주면 방귀귀신도 잡혀 주인은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지고, 농사도 잘된다. 그럼 어떻게 귀신을 잡을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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