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소식 - 세계 제일의 장수촌, 일본 오키나와 ‘오기미촌’(大宜味村)을 가다

▲ 오기미촌 특산물인 감귤류를 도로직판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계절 일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건강한 식습관이 장수 비결

과일·녹황색채소 타지보다 3배 많이 섭취
1일 돼지고기 50g 먹어…콩류 섭취도 1.5배

▲ 세계장수촌 오기미 마을 위치.

일본 오키나와현 북쪽에 위치한 오기미촌(Ogimi Village)은 일본 제일의 장수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왜 다른 지역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최근 일본 오키나와 장수마을 현장을 다녀왔다.

일본 후생성이 매년 인구 10만 명 당 100세 이상의 노인이 그 지역에 얼마나 살고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 오키나와현이 28.7명으로 그중 오기미촌이 세계 제일의 장수지역으로 꼽혔다.
교토대학 대학원 야모리 교수는 한 자료에서 ‘일본의 남녀 평균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이유는 일상의 식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오키나와 오기미촌이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마을이 됐을까. 여기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오기미촌 장수마을을 가기 위해 오기미촌사무소 기획관광과를 찾아 후지모토(藤本)씨를 만났다.

“장수촌은 어느 특정마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기미촌 전역을 장수촌으로 부릅니다.”라고 후지모토 씨는 말했다.
일본의 행정구역중 촌(村)은 우리나라의 면사무소 정도의 행정구역. 그가 건네준 촌사무소에서 제작한 오기미촌 장수관련 자료를 건네받자마자 생소한 단어에 눈길이 꽂혔다.
바로 생애현역(生涯現役)이란 단어였다. 농어촌에 살고 있는 사람은 ‘평생 살아있는 동안 은퇴는 없다’는 뜻이 담겨있다. 죽는 날까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소통하며 즐기면 장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1993년 오기미촌 노인연합회가 ‘장수일본제일’ 선언을 발표한바 있었다. 여기에 이런 말이 있다.
“내 나이 80세는 아직 어린아이, 90세가 됐을 때 자식이 모시러 오면 100세까지 기다리라고 쫓아 보내라.” 즉 나이 들수록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고 100세가 될 때까지 자식에게 기대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오미기촌 사람들이 이렇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의 하나로 자연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푸른 숲, 맑은 공기, 맑은 물, 눈을 돌리면 푸른바다. 사계절 밖에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기후조건이 장수를 만들어 내는듯하다. 오기미촌 노인들은 여가시간을 이용해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는데, 지금 이 시간 한국 농촌지역의 경로당에서는 바둑, 장기 등 놀이문화가 펼쳐질 것이리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비타민C의 보고 토종감귤‘시콰사’ 주산지

▲ 텃밭 일을 하는 98세 노인과 함께한 필자.

풍부하고 절제된 먹거리 문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수비결인 것 같다.
이 지역은 비타민C의 보고인 ‘시콰사’(토종감귤)의 주산지다. 이곳 식생활의 특징은 육류, 특히 돼지고기 섭취율이 평균 수명이 짧은 아키타현에 비해 1일 평균 2.5배 높고, 과일이나 녹황색채소의 섭취량은 3배, 두부와 같은 콩류의 섭취가 1.5배나 많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오기미촌은 일본 후생성이 권장하는 소금 섭취량인 1인 1일 10g이하 목표보다 낮은 9g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식생활문화 속에 싱겁게 조리해서 먹는 문화가 정착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기미촌은 우리와 비교하면 시골의 면단위 규모의 농촌지역이다. 3천500여 명의 주민 중 90세가 넘는 노인이 80명이나 된다. 장수노인들이 ‘과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져 이곳에 사는 98세의 노인을 어렵게 만났다.

▲ 오기미촌 관광과 후지모토 씨(사진 왼쪽)와 인터뷰.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는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이 할머니는 98세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고 허리도 꼿꼿했다.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 무엇이세요?”라고 묻자 웃음으로 화답한다. 또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 하세요?”라는 질문에 “채소, 미역 등 해조류를 자주 먹지~”라고 말한다.
할머니의 성격은 매우 낙천적임을 알 수 있었다. 텃밭을 혼자 일구고 소일하는 것이 곧 ‘생애현역’(生涯現役)인 셈이다.

오기미촌 사람들의 또 다른 장수비결은 스스로 외롭지 않도록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전통산업인 ‘파초포’(芭蕉布)의 실을 뽑는 일은 노인들이 공동으로 전담하고 있다. 농사일뿐 아니라 마을행사나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또한 주민생활 전반에 서로 돕고 소통하는 두레문화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건강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장수하려면 소금섭취 과감히 줄이고
끊임없이 일하고 즐기는 활동 필수

▲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오기미촌 장수마을 사람들.

오기미촌은 온난한 기후 때문에 신선한 채소가 풍부하고, 절임음식을 먹는 습관이 거의 없어 소금으로 인한 건강 우려에서 자유롭다.
취재를 마치며 ‘우리 농어촌도 식생활문화만 개선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다. 농촌에 살면서 텃밭이라도 가꿀 수 있다면 ‘생애현역’, 즉 평생 은퇴 없이 일하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농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식습관은 소금이 과다하게 들어가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게 문제다. 싱겁게 조리하고 나트륨 줄이기를 실천하면 노년의 성인병인 고혈압, 심장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1일 소금량은 1.2g이고, WHO(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은 5g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 12g이다.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양의 10배, WHO 권장량의 무려 2배 이상을 먹고 있는 셈이다.
오기미 장수마을의 1일 소금섭취량은 9g으로 우리보다 훨씬 적다. 특히 우리는 국·찌개 등 국물음식과 김치·장아찌 등 염장식품이 발달한 것도 소금 과다섭취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오기미 장수촌 사람들이 즐겨 먹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 두부로 대표되는 콩류음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돼지고기를 다른 농촌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먹는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
그것은 아마 돼지고기가 다른 육류보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는 사실 때문일까. 음식점마다 돼지고기 요리가 풍부하고, 호텔의 아침 뷔페음식에도 연한 돼지족발 요리가 나온다.
일본 오키나와 장수촌을 떠나오며 장수의 비결을 다시한번 정리해본다. 그것은 노인이 돼서도 사계절 일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 있어야 하고, 건강장수할 수 있는 식생활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라고 못할 일이 아니다.

◇ 일본의 전통 식생활
주식인 쌀에 생선 단백질과 생선기름 섭취가 많다. 해조류와 콩도 많이 먹는다. 소금 섭취가 많고, 동물성 단백질이나 유제품, 채소·과일을 비교적 적게 먹는다.

◇ 오기미촌과 아키타의 농촌과의 식단 비교
오기미촌에서는 아키타 농촌에 비해 약 3배 많은 육류와 녹황색 채소를 섭취한다. 두부로 대표되는 콩류의 섭취가 1.5배 많고, 과실류도 많이 먹는 반면, 식염의 섭취량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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