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수출시장 다변화와
품질·가격 이원화
현지홍보 강화해야

지난 20여 년 전 WTO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서 빗장을 풀기 시작한 한국농업이 이제는 마지막 보루였던 쌀마저 관세화하게 됐다. 과거에는 식량증산이 지상과제였지만, 자급을 달성한 이후 시장개방 체제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의무수입 되는 쌀만도 연간 40만9천 톤이다. 총 소비량의 10% 수준에 육박한다. 관세화가 시작되면 국내외 가격차에 따른 추가수입도 잘 방어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수출시장 개척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우리 쌀 수출은 2009년 4천495톤으로 늘어나다가 물류비 지원중단 등으로 물량은 정체됐으나 수출국 은 꾸준히 늘었다.

우리 쌀의 주요 수출시장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미국 교민시장 중심에서 차츰 호주가 가장 큰 시장이 됐고,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러시아, UAE, 일본, 나이지리아, 몽골,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으로 다변화됐다. 이제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까지 파고들고 있으며, 영국, 독일 등 유럽시장에도 꾸준히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교민사회가 작고 유럽연합(EU) 역내에 이탈리아 등 쌀 생산국가가 존재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 관세화를 전제로 중장기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미국과 호주 등 쌀 수출국들은 오래전부터 시장개방에 대비해 세계 쌀 시장을 선점했다. 우리도 교민시장을 넘어 현지시장 진입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 쌀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하는 고가미 전략과 중저가쌀 시장을 공략하는 ‘2-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고가미는 부유한 나라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진입하거나 비빔밥·초밥 등 동양식당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중저가 쌀은 개발도상국의 중소마트나 식품점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의 중단립종 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 등과 맞서기 위해서는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 한국 쌀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지만 충분한 수출물량 확보의 한계성과 가격경쟁력이 약한 것이 흠이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출용 쌀 생산단지화를 통해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경험을 축적한 전문업체(RPC)를 중심으로 들녘별 경영체 단위로 기술요소들을 집단 관리하고, 생산단계에서부터 수출까지 일관시스템으로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해외에서 한국쌀 브랜드의 인지도가 약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용 쌀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홍보와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해외 식품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한국 쌀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특히 쌀 소비가 많은 지역에서 시식회나 판촉행사를 개최하는 등 교민은 물론, 현지인들의 소비를 창출하는데 유관기관에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으니 한류스타를 활용한 홍보 등 다양한 방안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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