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⑤먹시감식초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먹시감의 특징
먹시감은 전라북도지방 일부 지역 산기슭이나 밭두렁 등에서 자생하는 자연 토종(재래종)감으로써 씨알은 작지만 당도가 높고 탄닌성분이 많아 내륙 지방의 소득원이었다. 또한 다른 감에 비해 찰기가 있어 곶감용이나 추석명절 등 과일이 귀한시절 땡감을 탈삽해 제사상에 놓고 먹어왔다.
목포지방에서는 고기잡이 어망에 감물을 들여 사용했는데 이 지역의 감을 이용한 것은 탄닌성분이 많아 어망에 감물피복이 잘되기 때문이었고 지금도 제주도 지역에서 의복 등에 감물염색을 들이는데 먹시감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먹시감은 감식초뿐만 아니라 식용, 곶감, 염료 등 다양하게 활용됐다.

감식초의 역사
식초는 오래 전부터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조미료로 조선시대 문헌인 ‘증보산림경제’에 “초는 장 다음으로 맛을 돋우어주는 바가 많아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한 번 만들면 오래가고 또 비용을 절약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쓰여 있으며, 사람이 최초로 만들어 낸 조미료로 알려져 있다.
감식초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됐다. 지금은 감식초가 전통발효식품으로 다이어트와 변비 스트레스와 육체적 노동으로 우리 몸에 쌓인 젖산을 없애주어 피로를 풀어주는 전통건강발효식품으로 애용이 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약품으로 더 많이 사용 됐다.
먹시감을 재배해오던 때부터 1980년대 까지는 집에서 초두루미를 두고 담아서 사용해 왔으나 점차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값이 싼 빙초산에 맛을 들여 관리하기가 어려운 감식초는 점차 사라졌다. 규모가 큰 공장 인근지역에 10여 곳 정도가 있었으나 소득보장이 되지 못해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지금은 1곳만 어렵게 토종보존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먹시감식초를 만드는 방법
먹시감식초는 먹시감을 홍시가 되기 전에 수확해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빼고 항아리에 넣어 감이 적실정도의 술을 부어 알콜발효가 되도록 해 만든 식초이다.
이때 넣는 술은 직접 제조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일반주조장에서 생산되는 것을 활용할 시에는 생막걸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콜발효가 끝나면 찌꺼기를 분리해 맑은 물만을 채취하고 종초를 첨가해 초산발효가 끝날 때까지 1일 1~2회씩 저어준다. 초산발효가 끝나면 밀봉한 뒤 서늘한 곳에서 숙성시켜 사용하면 된다. 감식초는 오래 숙성시키면 깊은 맛과 향이 생기기 때문에 오래 둘수록 좋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감나무의 품종개량으로 대봉시, 단감 등 큰 품종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먹시감은 면으로 짠 고기어망의 염료로 사용됐으나 화학섬유로 만든 고기어망이 나오면서 이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과일 크기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과일 속의 씨가 8개나 들어 있는 재래종 먹시감은 경제성마저 떨어져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먹시 감나무는 이제 칡넝쿨로 덮여 고사돼 가고 있으며, 섬징감 물길을 따라 벼농사가 성행하면서 감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현재 먹시감은 일부에서 곶감으로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먹시감식초 복원을 위한 노력은?
가격 경쟁이 일반 양조 식초나 화학식초와 되지 않기 때문에 판매는 부진하지만 1994년부터 공장을 설립해 국내유기농매장을 비롯해 우체국쇼핑, 농협쇼핑, 초록마을, 풀무원, 울가, 이마트, 홈플러스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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