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여성 스스로 여성문제를
찾아내고 발굴해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청마의 해라고 희망에 부풀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송년이라고 여기저기서 모임들을 갖느라 부산하다. 어느 해인들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을까만 근래에 보기 드문 다사다난한 해가 금년 청마의 해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4월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비롯된 난국은 아직도 늪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까운 희생에 명복을 빌고 그 유족들의 아픔에 위로의 인사를 보낸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추수하는 일 만큼이나 중요하고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는 민감한 일이기도 하다. 제대로 추수를 못하면 한 해 농사가 허사이듯이 아무리 많은 일을 해 놓고도 연말에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마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되뇌게 하는 형국이 되고 만다.
이럴 즈음에 우리 농촌 여성들도 올 한 해의 손익계산서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농촌여성들의 삶의 질이 2014년 한 해에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가? 아니면 제자리걸음인가? 불행하게도 혹시 뒷걸음을 친 부분은 없는가? 면밀하고 허심탄회하게 살펴볼 일이다.

특히 지난 6월의 지방선거에서 숱하게 쏟아져 나왔던 농촌여성 관련 공약들이 실천하려는 의지와 성의를 보이면서 추진되고 있는지, 아니면 구호만 화려하게 표만 현혹하고 아예 사라져 버려 공염불이 되고 말 조짐이 큰 것인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서 살펴야 한다.
농촌의 산부인과 병원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대처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지, 우선 가까운 것부터 살펴보고 솔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따질 것은 따져 보자는 말이다. 아이들 교육문제는 도시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 있는지, 지자체들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시행하며 실천 의지를 보이고 있는지 냉엄하고 공평한 잣대를 들이대고 살펴봄으로써 내일의 농촌을 희망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농촌의 문화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된 것이 있는지, 내 고장의 문화·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나 향상되었는지, 노령인구의 밀도가 높은 농촌의 노년문제를 위한 특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있는지, 발전이 있는지 알아보고, 없으면 그 이유를 따져 물어야 한다.
농촌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발전된 정책의 여부를 알아보고 농촌문제의 예산에 성인지 예산의 개념이 잘 적응되어 실천되고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농촌여성들이 직접 알아보고 챙기고 따져보는 일을 열심히 해서 정책 당국자들을 성가시게 하는 존재로 인식시켜 여성문제를 신경쓰게 해야 한다.

2015년 오는 새해를 위해 우리 모두 지금 선 자리에서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미진한 부분은 서둘러서 매듭지어보자. 그리고 눈을 옆으로 돌려 이웃을 도울 일이 없는지 살펴서 내 힘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도와서 그 이웃의 마무리를 도와주자. 그 다음으로 마을 전체의 형편을 꼼꼼하게 점검해서 밀린 일은 함께 해서 끝내고, 안 된 부분은 원인을 찾는 일을 마을이 공동으로 담당해서 해답을 찾고, 그것도 안되면 내년의 우선 과제로 넘겨 새해 계획에서 빠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여성의 문제는 여성 스스로 찾아내고 요구하지 않으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속성을 아직도 강하게 갖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우리 스스로 여성문제를 찾아내고 발굴해서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도록 계속적으로 요구하자. 갑오년을 마무리 한 후 정말 희망으로만 새해 을미년을 준비해서 행복한 시작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