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유럽 역사문화기행(5)-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호수국립공원

▲ 카르스트 지형의 석회암 계곡에 형성된 폭포수들.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는 발칸반도에서는 슬로베니아와 함께 가장 서북쪽, 이탈리아 반도 서쪽의 아드리아해 서쪽에 발을 담그고 있는 형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면적은 56,594㎢로 우리 한반도 전체 크기의 4분의 1정도에 불과한데, 한때 FIFA월드컵에서 막강 전차군단 독일을 완파하고 4강에 올라 3위를 차지한 적이 있어 축구팬들에게는 축구강국으로 각인돼 있을 뿐더러 미남 격투기 선수 미하일 크로캅이 장관으로 있는 나라로 우리에겐 그리 낯설지 않다.

▲ 폭포입구까지 코츠약 호수를 운행하는 친환경적인 전기모터 유람선.

그러나 그보다도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을 가지고 있는 원시 자연의 보고가 바로 크로아티아다. 그중에서도 ‘크로아티아의 영광’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자연절경’ 사람의 접근이 어렵다 하여 ‘악마의 정원’으로도 불리는 플리트비체(Plitevice) 호수 국립공원의 원시비경은 단연 압권으로 막연한 상상을 초월한다.

카르스트 지형이 빚은 비경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와 자다르란 도시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데, 자그레브에서는 차로 2시간 정도의 거리다.
본래 ‘플리트비체’란 얕다는 뜻이지만, 말뜻과는 달리 이 국립공원 안에는 계단식으로 형성된 석회암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90여개의 폭포로 연결되는 16개의 호수와, 종유석으로 가득찬 30여개의 동굴들이 화석(化石)처럼 남아 태고적(太古的) 신비경을 연출해 낸다. 규모(면적)만도 29,482ha에 달해 구석구석 다 돌아보려면 최소한 3일이 걸리는 트레킹 코스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석회암층으로 형성된 카르스트(Karst) 지형의 전형으로 석회암과 백악(Chalk) 위로 물에 함유된 탄산칼슘과 각종 광물, 유기물, 무기물 등의 석회암 침전물들이 빛의 굴절에 따라 각각 하늘색, 밝은 초록, 청록색, 짙은 에메랄드빛, 회색 등으로 호수를 물들인다. 그런 환상적인 원시적 풍광에 매료돼 영화 <아바타>의 배경설정 모티프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이미 35년 전인 1979년에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다 그런 연유에서다.

▲ 계곡 옆 산책로의 나무사다리길.

발칸반도의 살아있는 화석
플리트비체의 트레킹코스는 2~3시간이 소요되는 A코스에서부터 6~8시간이 소요되는 K코스까지 모두 11개 경로로 되어 있다. 폭포에 이르는 트레킹코스의 출발점이 정반대 지점에 각각 한 곳씩 있지만, 대개는 코츠약 호수 선착장에서 전기 모터로 가는 환경친화적인 유람선을 이용해 20분 남짓 산속 대기소까지 들어가 본격 트레킹을 시작한다.

▲ 산책길 옆 계곡의 야생 청둥오리

그리 험하지 않은 완만한 숲길에 접어들면 저만치서 흡사 바람에 쓸리어 가는듯한 크고작은 폭포물 소리가 걸음을 재촉케 한다. 너도밤나무와 전나무, 삼나무 숲은 어느 새 크고 작은 폭포수 소리로 가득찬다.
계곡을 따라 산밑둥을 베어낸 산책로에는 길쭉한 작은 나무사다리와 같은 인도교가 눕혀져 있고, 그 위로 찰랑찰랑 계곡물이 발끝을 간질인다. 완만하게 흐르다가는 급하게 우당탕탕 콰르르 쏟아져내리는 폭포수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영롱한 무지개와 계곡물 위에 어리는 햇살을 쪼아대며 연신 자맥질을 하는 야생 청둥오리 한 쌍… 이쯤에서만도 바깥 세상을 잊기엔 충분하다.

▲ 100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벨리키슬랩 폭포의 장관.

그렇게 크고 작은 폭포수 계곡을 끼고 한시간 반 정도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벨리키슬랩 폭포 앞에 다다른다. 100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석회암 구릉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비단결 같은 폭포의 장관이라니, 중국 당시(唐詩)에 나오는 ‘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 三千尺; 폭포가 날듯이 곧바로 삼천척-900미터 아래로 내리꽂히다)을 여기서 넋을 잃고 본다.
이러한 원시적인 자연의 비경을 보기 위해 매년 약 100만 명 가까운 관광객들이 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다녀간다고 한다.

이렇듯 카르스트 석회암 지형이 빚어낸 이 공원 안에는 그 비경 만큼이나 생물의 다양성 또한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돼 있다. 곰과 늑대의 서식이 확인된 것은 물론 사슴, 멧돼지, 토끼, 여우, 오소리, 청둥오리, 왜가리 등의 동물과 120가지 이상의 조류, 300여종의 나비, 20여종의 박쥐, 1200여종의 희귀식물의 서식지로 확인된 발칸반도의 살아있는 화석이요 신이 인간에게 남겨준 마지막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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