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④담양 토종배추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토종배추의 특징
토종배추는 개량종에 비해 줄기가 얇고 가늘어 속이 거의 차지 않으며, 키가 훤칠한 게 특징이다. 토종배추는 일반 개량종에 비해 키가 2.5~3배는 크다. 겨우내 땅기운을 머금은 씨앗이 봄이 되면 절로 자라나는데 꽃이 피면 130~150㎝까지 솟는다. 여름에 씨를 맺으면 그것을 받아서 8월 중순에 다시 심으면 90일 뒤인 가을에 김장용으로 수확이 가능하다. 그때 보통 크기는 70~80㎝인데, 비옥한 곳에서는 1m까지 자란다.
먹을 만큼만 캐고 남겨두면 겨울을 나고 봄에 꽃피우기 전에 어린순 ‘봄동(봄배추)’을 먹어도 된다. 토종배추 씨는 좁쌀만해서 반말 정도, 즉 10ℓ 정도를 확보하면 수백만평을 심을 수 있다. 노란 토종배추 꽃은 유채꽃처럼 보기 좋아 관상용으로도 좋다.
토종배추는 병충해와 기후변화에도 강하므로 농약이나 비료 없이 자연재배가 가능하다. 수분 함량도 적어 저장성이 매우 강해 김치를 담가서 3년까지 먹을 수 있다. 수분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 물러져 녹아버리는 개량종에 비해 긴 보존성이 가장 뛰어난 장점이 있다. 섬유질도 많지만, 개량종에 비해 속은 실하지 않다. 노란 속잎이 없고, 전부 푸른 잎이어서 비타민C와 엽록소가 풍부하며 배추 특유의 매콤한 맛과 향이 강하다.

토종배추의 역사
토종배추의 종자는 원산지가 지중해로, 중국 당나라를 거쳐 신라 때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때는 왕실에서 재배했고, 약으로도 썼다. 원래 ‘숭 또는 숭채’라 했고, 조선시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이 재배하게 됐다.
현재 토종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전남 담양군의 이동호 씨 가족은 대대로 토종배추 씨앗을 물려받아 먹을 만큼 재배해 왔다. 20년 전 어머니로부터 토종배추 재배법을 이어받은 그는 10년 전부터 직접 본격 재배에 나섰다. 그러다가 이 씨의 토종배추가 올해 ‘한겨레’에 보도되면서 그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전남 나주농업기술원은 ‘이런 토종배추 종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굉장히 귀한 것’이라며 토종배추 종자를 확대 보급하기 위한 시험재배에 착수했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지금 한국 사람들이 담가 먹는 배추김치는 대부분이 개량종이다. 1950년대 우장춘 박사에 의해 들여온 것이 현재에 이른 것이다. 개량종 배추가 진짜인 줄 알고 먹고 있으며, 우리 땅의 사람들은 정작 우리 배추의 참맛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이렇게 종자가 살아있지만, 토종배추는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토종배추 복원을 위한 노력은?
전남 담양군 수북면의 ‘한국정자문화진흥원’ 대표이자 향토사학자인 이동호 씨는 50평 남짓한 텃밭에서 한해 200포기 정도 토종배추 농사를 지어 오고 있다.
이 씨는 담양 ‘식영정’을 비롯해 남도 일대 ‘선비문화의 유산’인 정자를 지키는 데 앞장서 오며 지금은 4년째 창평향교에서 살며 한국학과 한국문화 연구모임과 강연회를 열며 토종배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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