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시들지 않는 ‘희망’
두 글자를 꺼내들고
농업융성을 향한 여망의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희망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기에…

어느덧 또 한 해가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언제나 그랬듯이 달력 한 장 달랑 남은 12월이면 지난 시간이 아쉬워 돌아보게 마련이다. 우리는 누구나 문명화된 세상에서 안전·안심·안락하게 사는 맑고 밝은 사회를 꿈꾼다. 국가정책은 이러한 문명사회로 가는 길목으로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다. 농촌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직격탄을 맞은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세계의 큰 흐름이다.

비상상황이라 생각하며 농업융성을 향한 여망을 열어가야 한다. 융성(隆盛)은 ‘매우 기운차게 일어나거나 대단히 번창한다’는 뜻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융합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농업문화가 중요한 때다. ‘농업·농촌이 어렵다. 어렵다.’하면 더 어려워진다. 인간은 3주면 습관을 만들 수 있고, 나아가 체질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나라의 농업정책만 탓한 일이 아니다. 농산물소비자인 온 국민이 농업인의 어려움을 알고 한마음 한뜻을 모아 배려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 줘야 한다.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소득 불안정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들이 살다보면 많은 일들을 겪는다. 그때마다 농업인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가보지도 않은 미래에 관해서 지금 처한 농촌상황과의 연장선상에 두고 미리 비관하는 마음가짐이다. 물론 미래는 단순하지 않다. 생각하기에 따라, 혹은 행동하기에 따라 미래는 밝아질 수도 더 어두워질 수도 있다.
농업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한 최후까지 남아 있을 기반산업이다. 화학 산업의 역사를 써온 다국적 기업 듀폰의 현재 매출 1위 사업이 농업이라는 사실이다. 듀폰은 앞으로 100년을 책임질 미래 산업으로 농업과 생명과학을 선택했다. 미래의 농업은 농경시대의 패러다임에 묶인 1차 산업이 아니다. 바이오 생명공학과 로봇산업에 기반을 둔 기술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평균수명 100~ 120세 시대를 맞게 될 다가오는 미래에 식량문제가 가장 큰 인류의 과제이자 최고의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농업도 변신해야 한다. 농산물을 단순하게 가공하는 수준에서 활로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농업의 기능을 인간의 생존을 위한 식량공급원으로만 생각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밀린다. 생명과학의 복합체가 미래의 농업이다. 가공·유통·서비스 등의 융·복합된 6차산업화로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여가야 한다.

“나 스스로가 먼저 세상에 일어날 그 변화가 되어야 한다.” 간디의 명언이 떠오른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잘되는 일은 없다. 농업융성을 향한 여망을 위해 농업인 스스로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미쳐서 오랜 기간 몰입해야 여망은 반드시 실현된다. 막연한 계획은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한다. 때마침 지역농정을 이끄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농정 대토론회’를 가졌다. 농업·농촌의 새로운 가능성과 발전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농업정책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 해가 저문다. 한 해 행운이란 우리의 근면과 열정 사이를 서성거리다가 서서히 자리 잡는다. 올해도 영농에 성공한 농업인은 늘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한순간 반짝 불타고 마는 열정이 아니다. 열정은 끊임없이 샘솟는 우물과도 같다. 남은 시간 많은 기억의 두루마리에서 시들지 않는 ‘희망’ 두 글자를 꺼내들고 농업융성을 향한 여망의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희망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기에 그렇다. 마음만 활짝 열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가장 사람다운 징표인 희망은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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