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손극혜 통·번역사

▲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는 손극혜 씨가 유창한 한국어로 강의를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장관 김희정)는 전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통·번역사를 육성 운영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 282명의 통번역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초기한국 결혼이주자들의 안정적 정착의 가교역할을 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중국어 통번역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손극혜(38) 씨도 그런 ‘미셔너리’들 중 한 명이다.
한국생활 8년째인 극혜 씨의 좌충우돌 통·번번역사 생활을 들여다본다.

디자이너와 장인의 만남
극혜 씨의 고향은 중국 칭다오(靑道)다. 극혜 씨는 처녀시절 한국의 ‘신아무역’이라는 피혁제품회사에서 가방 디자이너로 일했다.
극혜 씨의 ‘운명의 남자’ 한종복(42) 씨는 가야금, 대금 등 전통악기를 만드는 장인이다.
2007년 중국에 파견 출장을 갔다가 극혜 씨를 만나게 됐다.
“연애결혼인 셈이죠...(웃음) 가야금이나 대금을 넣어야 하는데 어떤 가방디자인이 좋을지 자꾸 묻는 거예요. 자주 만나고 상의하고 하다가 그만 사랑에 빠졌어요.”
2008년에 종복 씨와 결혼해 한국 양평으로 시집을 왔다.
“한국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한국어를 열심히 배울 수밖에 없었죠. 그때 공부한 것이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됩니다.” 극혜 씨의 한국어는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다.

▲ 연애결혼한 남편과 딸 예린이와의 즐거운 나들이.

한국의 ‘정’ 문화에 당황
바로 이웃나라이고 생김새도 같은데 중국과 한국은 문화와 풍습이 많이 달랐다.
“한국회사에서 13년이나 근무해서 그런지 먹는 것은 별로 힘든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농촌마을에서는 이웃끼리 ‘옆 집 개밥그릇까지 알아본다’고 할 정도로 너무나 친하고 한 집처럼 지내서 대도시 청도에서 지내던 저는 낯설었죠.”
극혜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집안에 들이닥치는(?) 이웃어르신들이 불편하기도 했고, 김장이다 뭐다 무슨 일만 있으면 서로 도와야하는 한국농촌문화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극혜 씨는 이런 것에도 많이 익숙해졌고, 마음속 깊이 한국의 ‘정’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아이 키우는 것도 조금 익숙지 않았죠. 중국은 한족의 경우, 아이를 한 명 씩만 낳을 수 밖에 없어서 버릇없이 키운다고 ‘소황제’라는 말까지 생겨났지만 한국처럼 아무것도 안 시키지는 않거든요. 아이들이 4~5살만 돼도 작은 집안일은 시키는데 한국에서는 그냥 공부만 하게 하는 거예요. 이런 부분은 조금 이해가 안가죠.”
극혜 씨는 현재 여섯 살 딸 예린이를 키우고 있다.

▲ 극혜 씨 등 중국이주여성 자조모임은 한바탕 수다의 장이다.

통·번역사로 발탁
극혜 씨는 2010년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6개월간 ‘상담사양성과정’을 수료했다.
2011년 1년간의 실습기간을 거쳐 2012년에 정식 통번역사로 일하게 됐다.
지금까지 3년 동안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중국출신 결혼이주여성 90여명을 위해 일하면서 올해는 ‘다문화강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에 강의까지 서고 있다.
“중국출신 여성들은 외모가 별로 틀리지 않아 자녀들이 생김새로 놀림 받는 일은 걱정안해요. 하지만 처음 시집온 여성들은 일상생활 속 의사소통과 문화 초기적응에 애를 먹죠. 시부모님이나 남편과의 갈등도 많이 생기고요.”
극혜 씨는 단순한 언어소통과 서류번역만이 통번역사가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 다문화센터 어딜 가나 인력부족에 시달린다.
극혜 씨도 통·번역업무외에 센터의 이런저런 부서의 허다한 일을 도와주고 있다.

1인 3역의 활약
통·번역사는 극혜 씨 말처럼 친구이자 조언자 역할까지를 해내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센터에서 통·번역사 역할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목사님이나 스님에게 걱정 근심을 하소연하듯이 저에게도 중국에서 오신 여성들이 많은 연락을 하세요. 어쩌면 통역과 번역 업무보다도 그런 사연들을 들어주고 위로하고 같이 걱정해주는 친구 같은 역할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어요. 허물없는 친구이며 조언자가 돼야 진짜 통·번역사의 임무를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극혜 씨는 중국이주여성 자조모임의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데 어찌나 할 이야기들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어요.(웃음)
자조모임은 초기에는 친목도모와 교류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다문화여성들이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이를 통해 중국이주여성들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양평군에서는 다양한 다문화축제와 바자회 등 관련행사가 많은데요. 중국출신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극혜 씨는 오는 8일 윤명희 국회의원실에서 주최하고 농촌여성신문사가 주관하는 ‘농어촌다문화자녀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서 극혜 씨가 느끼고 바라왔던 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반영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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