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주년특집 - 농업의 6차산업화, 농촌여성이 이끈다

③ 6차산업 활성화 대안 모색을 위한 지상좌담

본지는 창간 8주년을 맞아 ‘농업의 6차산업화, 농촌여성이 이끈다’라는 주제로 2회에 걸쳐 6차산업화 정책과 우수농가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호는 그 마지막 회로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계의 목소리를 지상좌담을 통해 들어본다.

■ 김미자 문경시농업기술센터 농산물가공담당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활동이
농업으로 인정받는 순간
국토법도, 건축법도, 위생법도
세법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작년 이맘때 쯤, 지역리더 한분이 ‘왜 향토음식사업을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느냐? 위생담당에서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해와 몹시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으로 관광산업을 육성중인 문경시에서 농업과 소비자, 관광을 잇는 중간매개체로 향토음식에 관심을 갖던 터라 생뚱맞기도 했지만, 워낙 대표급의 지역리더가 던진 질문이라 간과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소비자를 주로 대상으로 하는 농업기술센터 향토음식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교육 때마다 물어봤다. “여러분들은 농업기술센터에서 향토음식교육을 하는 게 의아하세요?” 교육생들이 준 답은 너무나 나를 놀라게 했다. 10명한데 물어보면 5명은 가만히 있고 3명은 ‘아니오’, 2명은 확실히 ‘의아하다’고 대답했다. 내가 놀란 것은 소비자, 대한민국 국민들이 생각하는 농업의 개념이었다.

우리 농업인들은 6차농업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실제로 막상 정부에서 독려하는 6차농업 현장에서 맞닥트리는 현실은 6차농업의 꿈을 펼치기엔 대한민국 농업여건과 기반이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농업인이 자가 생산물을 이용해 가공사업을 하고 ‘농가맛집’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체험장과 공동판매장을 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는 듯하지만, 농지를 이용해 관련 사업장을 설치하려면 우선 농지전용과 건축물 설치 불가라는 규제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자가생산물을 활용하는데도 부가가치세를 내고, 원료구입에 대한 세금 혜택이 극히 제한적이다. 농업의 연장선에서 소규모의 가공사업을 해도 품목과 규모에 관계없이 일반기업과 똑같은 법을 적용받는 받아 엄격한 위생시설을 갖춰야 하고, 일반사업자로 전환돼 의료비, 소득세,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그나마 농산물가공분야는 꾸준히 제도를 정비해 농지전용, 위생시설 완화, 폐수처리규정 등의 여건이 매우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같은 2차산업의 조리분야인 향토음식관련사업의 경우는 법적 제도기반이 너무나 미흡하다. 농지전용을 전혀 할 수 없으며, 생산관리지역에서 조차 조리 관련 행위는 전면 금지돼 있다. 전통식문화의 계승과 발전, 지역농특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제정된 식생활교육지원법에 근거해 설치한 전통음식체험교육관도 조리음식과 함께 술을 파는 음식영업인 일반음식점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규제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농가민박에서 아침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겠다고 정부가 계획을 밝혔지만 밤늦게 찾아온 민박객에게는 저 멀리 시내 음식점에 가서 사 먹고 오라고 해야 하는 것이 농촌 현실이다.

너무나 열악한 한국농업의 여건 속에서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미래농업의 해답으로 떠오른 6차농업. 많은 사업들이 발굴되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만, 20년간 이미 6차산업을 현장에 접목시켜 오고 농업공무원이 느끼는 가장 큰 안타까움은 말만 무성하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국민적인 공감대가 아직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벽에 부딪히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6차농업에 실망하고, 농업포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왜 농업기술센터에 식품을 합니까? 왜 음식을 농업이라고 우기십니까?’ 20년간 이 질문을 받고 답변해 왔지만 아직도 답답하기는 농업인도 소비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6차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우리 농업인들이 먼저 농업개념을 바꿔야 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줘야 한다. 농업의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활동들이 농업으로 인정받는 순간, 국토법도, 건축법도, 위생법도, 세법도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