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③제주 재래감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제주 재래감의 특성과 역사
제주 재래 감에는 폿감, 고래감, 베개감, 쇠불감, 종지감 등 다양한 종이 있다. 제주도 내에서 감을 분류하는 일반적 기준은 과실의 형태에 따른 분류로, 팥 모양을 담아 폿감, 맷돌 모양을 닮았다고 해 맷돌의 제주도 명칭인 고래를 넣은 고래감, 베게를 닮았다 하여 베개감, 쇠불알을 닮아 쇠불감, 작은 종지를 닮아 종지감 등으로 분류하는 속명이 있다.

제주 재래 감에는 여러 변종들이 있으나 그 과실 모양을 빼고는 사용법 및 사용처 등에 큰 차이가 없어 구분지어 다룰 필요가 없다. 제주 재래감의 형태와 특성을 보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베개감은 나무의 형태는 1년생이고, 가지 길이가 16cm, 1년생 가지 굵기는 4.9mm, 마디 수는 9.0 개이며 피목수(㎠당) 0.9 개이다. 꽃은 5월28일 경에 만개하며 암꽃과 수꽃이 있고 꽃모양은 방형이다. 잎 모양은 방추형이며 잎 길이는 13.4cm, 잎 폭은 9.0cm, 잎 면적은 93㎠이다. 염색에 쓰이는 떫은 감은 7~8월경에 따서 절구에 으깨서 즙을 내어 10일 정도 발색한다. 모든 종류의 제주 재래 감에서 열매인 감의 맛은 달고 떫다.

떫은맛을 빼는 탈삽방법으로는 주로 가을에 과육이 딴딴하고 푸른 기미가 있을 때 따뜻한 물에 뜨지 않게 담가 놓고 매일 물을 갈아주며 3~4일 정도 나두었다. 이런 방식은 70년대까지도 사용됐다. 항아리에 정미하기 전인 보리 속에 푸른 기미가 있는 떫은 감을 1주일 정도 묻어 두었다가 탄닌을 뺀 후에 간식으로 먹거나 소주에 넣어서 울려 먹었다고 한다. 이 방법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 재래감의 전통적인 생산지역
제주도 안덕면 동광리 북동쪽에 위치한 측화산으로 ‘탐라지’에는 시목악(柿木岳)이 나오는데 이는 오름에 감나무가 많은데서 유래됐고,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柑山里)는 산이 감과 비슷하다고 해서 시산(柿山)이라고 하다가 후세에 이르러 감산이라 개칭됐다. 안덕면 광평리에는 감낭물이 있는데 이것은 연못에 야생감나무가 많아 붙여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제주도 남제주군 서귀포읍 지역에서 주로 재배 됐고, 제주시 일원에도 일부 재배됐으나, 지금은 대부분 없어지고 100년 이상 된 나무는 10~15 그루 정도로 하귀, 월평, 와흘 등지에 있다. 나무가 튼튼하지 않아 제주도의 특성 상 태풍에 나무가 잘 꺾여 고사하기도 하고 관리 소홀로 죽기도 하고 감 따기가 힘들어서 잘려지기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제주 재래 감의 용처는 식용, 약용, 염색용이었다. 이 중 식용은 단감, 홍시 등 감만이 아니라 여타 값싼 과일이 시중에 넘쳐나 떫은맛을 빼서 먹는 노력을 하며까지 먹을 필요가 없어졌다. 약용도 의료 서비스가 값싸게 보급되며 시골 지역에 있는 나이 드신 분들 몇몇이 겨우 사용하고 있는 정도이다.

가장 늦게까지 사용됐던 제주 재래 감의 염색방법도 1990년대 말부터 제주도에 단감이 도입되어 재배되면서 그 씨앗을 대신 이용하고, 최근 경북 청도에서 감물이 다량 제조되어 제주도에서도 저렴하게 시판되면서 점점 제주산 감물의 사용이 적어져 직접 감나무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 수요 감소에다가 지역 난개발, 마을 재개발, 주택 개량 등으로 점점 감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1970년대 이후 서귀포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감귤 산업화로 점점 감귤 단종 재배를 하게 되어 감귤 경작지 확보를 위해 집 주위의 감나무들도 잘려 나갔다. 이제는 이미 많이 사라져 중산간 마을에서나 오래된 감나무들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재래 자원 보존을 위한 정도만 겨우 가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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