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지구촌인디고 여행학교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고 ‘나눔’을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배려의 소중함 새기고 온 아이들, “다문화가족에 더 친근감 느껴져”

최근 3년간 청소년 22만명 학교 떠나
다문화학생은 네명 중 한명 꼴

2011년 7만6589명, 2012년 7만4365명, 2013년 6만8188명. 최근 3년간 총 21만9142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났다. 유학, 학업부진, 교우관계, 왕따, 가정환경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은 현실부적응 속에 불안한 미래를 염려하고 있다.
더 심각한 통계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전체 2만 5천여 명 중 7천여 명의 학생들이 정규교육권 밖에 있어 무려 25%에 이르는 현실이다.
‘지구촌 인디고 여행학교’(교장 권술용)는 여행을 통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인적, 육적, 영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대안학교다. '국제 NGO 생명누리‘(대표 정호진)가 운영하고 있다.
2010년 1월 8일, 제1기 여행학교가 시작된 이래 지난 7월~8월의 17기까지 450여명의 청소년들이 이 특별한 경험을 체험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여행
공부와 학교생활 적응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자퇴를 했던 김민호 군(17)도 그 수많은 청소년들 중 한 명이다. 김 군은 여행학교 11기 참가해 2012년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100일간 인도·네팔·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김 군이 체험한 3개월여의 일정은 가이드가 척척 알아서 해주는 낭만적이고 편리한 ‘패키지’형 유람이 아니다.
기간 동안, 스스로 할 일과 여행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길, 잠잘 곳, 먹을 것, 볼거리 들을 자신이 혹은 조별로 찾아나서야 하는 탐험 적 성격의 긴 행군이다.
따라서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인의 도움과 안내를 손 짓 발 짓 으로든 얻어내야 하고, 좋은 관계로 소통해야 한다.

▲ 제3기 여행참가자들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기념하며...

김 군 등은 “도움을 받을 때마다 낯선 이에게 베푸는 현지인들의 작은 배려가 받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군은 “여행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얻어왔다. 부모에 대한 사랑, 친구관계에서의 자신감,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특히 김 군이 얻은 소중한 자산은 타인에 대한 배려다.
“학교 다닐 때 주변에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있었다. 나도 적응하기 힘들어 무관심했는데, 그 아이들은 어떤 거리감과 어색함 속에서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학교에서 보이지 않더라.”며 “나보다도 조금은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들어 했던 친구들이 이제야 보이는 것 같다. 다문화가족에도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는 말도 덧붙인다.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다

▲ 현지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봉사와 기르침을 선사하는 청소년들.

여행학교의 일정 중 중요한 한 부분은 현지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방과 후 교실’이다.
청소년들은 태권도, 음악, 미술 등 각자 자기의 재능을 살려 네팔, 인도 등의 시골마을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소중함을 발견해 간다.
여행 5기, 7기에 최현규·연규 두 아들을 참가시킨 나해영 어머니는 “대안학교에 다니던 아이 둘을 덜컥 보내놓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안전한지, 보람은 있는 것인지...하지만 일주일마다 네팔에서 인도에서 걸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굉장히 신나있었다. 현지 아이들을 위한 봉사, 가르침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하더라.”며 “돌아왔을 때는 아이들이 거의 흑인처럼 까맣게 타 있었는데 얼굴에는 뭔가를 해냈다는 보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정호진 ‘생명누리’대표는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인도 터키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등 생소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게 된다.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며 도전정신과 적응력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 대표는 “생명누리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1년간 네팔, 아프리카 말라위에 청년해외봉사단을 파견해 어린이교육, 예체능교육, 농업, 장애인봉사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 지구촌인디고 여행학교 출신 청소년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청소년들이야 말로 거칠고 척박한 해외를 스스로의 힘으로 겪어가며 ‘이방인’의 경험을 극복했기에 우리나라 다문화인식개선의 전도자적 역할을 충분히 해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인디고’란 ‘어두운 푸른색의 고운 염료’를 일컫는데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타고난 재능도 펼치지 못하고 온갖 틀과 관습에 갇혀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는 청소년’을 뜻한다고 한다.
여행과 봉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인디고’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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