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기 한국농식품직업전문학교 총장

▲ 조은기 한국농식품직업전문학교 총장

정부와 농업관련 기관이
우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농업인과 농산업은 없다

우리는 그 동안 자의든 타의든 산업경제의 국제화에 국가와 기업수준에서 대응해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국제화에 적극 대응해 오히려 FTA나 다자간경제협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농산업분야는 국제경쟁력이 낮다. 국제적인 농기업이 없고 97%가 영세소농인 현실은 그 대응이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의 농산업은 미온적인 처방의 한계로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뜨거운 처방으로 가야 한다. 농업인, 공무원, 농협, 공공기관, 농업교육계, 기술계 중 어느 한부분이 뜨거운 물의 피해를 보더라도 한국농산업을 살려야 한다. 그 동안의 미흡한 처방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국가의 농식품 경쟁력 강화 정책보다 정치적 배분과 지원중심의 땜질식 정책으로 국제 경쟁력 강화와는 정반대로 역주행하고 있었다. 이를 원점에서 국제경쟁력이라는 단어에 맞게 처방해야 된다. 따라서 경제농업·국민농업으로 가야 답이 있다.
둘째, 농업인도 정부나 지자체에 대책을 요구하고, 농업금융을 지원 받는 노력에 치우쳐 경영의 효율화를 기할 수 없었다. 1천㎡ 이상이라는 농업인의 정의는 오히려 영세 소농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농업인도 기술이나 전문분야, 보유 토지별로 등급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농협의 사업은 1970년대의 자급자족 농업, 보여주는 농업 중심의 운영에서 경제복지, 자원종합, 건강치유, 특산화단지, 관광체험농업 등으로 전면 혁신돼야 한다.
넷째, 전국 25개 농업관련 대학, 농업기술센터, 정부의 농업 전문교육과 미래농업인 인재양성은 프로그램과 방법에서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별로 특성화 단위로 전공을 재편하고, 미래농업 인재양성 학교를 우선 육성해야 한다. 농업인의 전문교육은 고용노동부의 작업훈련프로그램 방식의 평생직업교육이 돼야 한다. 정기적인 교육이 없는 농업인은 전문농업인이 아니라 농기업이나 영농조합, 마을기업에서 관리하고 고용노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농업연구, 기술지도 분야는 재배나 사양 중심에서 가공·식품·종자·유통·경영·금융·부동산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그 성격도 유럽 선진국처럼 생산교육은 농자재 회사에서 전담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은 준민영화나 민영화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우선 면단위의 농기계관리센터를 농업기술센터 또는 별도의 관리 기관으로 확충해 97%인 소농인이 농기계 관리에서 부채를 줄여야 한다.
여섯째, 기존 농산물 유통은 중간상인과 전통시장, 대형마켓 등이 산지 홍수 출하를 유도함에 따라 대형 농산물시장이 오히려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이 유통은 거리 제한을 두고, 최소 거리로 각 지역에서 1차로 소비하는 형태로 가야 유통업자나 중간상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

국제화시대, 한국농업 생존의 길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농업인의 현재 사고방식을 국제적으로 크게 바꾸는 것이다. 본인농장 중심, 사업 지원보조 중심, 정부예산 중심에서 우리지역 농장, 자연보전 보조, 자조금·기부금 중심, 계획농장경영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두 번째는 국제화에 대한 정부의 혁신이다. 농업인이 경쟁력을 갖도록 정부는 1948년 토지개혁과 정부기구 재편과 같이 통째로 바꿔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수술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토록 해야 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경쟁력을 우선 갖추지 못하면 그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농업인과 농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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