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②감홍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감홍로의 역사
감홍로는 그 맛이 달고(甘) 붉은 빛깔(紅)을 띄는 이슬같은 술(露)이라는 뜻이다. 평양을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의 특산명주로 알려져 왔던 까닭에 ‘관서 감홍로’ 또는 ‘평양 감홍로’로도 불린다. 관서 감홍로는 조선 중기 1787년에 간행된 것으로 알려진 ‘고사십이집’을 비롯해 1827년 ‘임원십육지’, 1849년 ‘동국세시기’ 등의 여러 문헌에 수록돼 있다.

감홍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의 밀주단속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겼다가 한말의 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육당 최남선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1946년,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의 3대 명주 가운데 관서지방의 감홍로를 으뜸으로 꼽고, 다음으로 전라도의 이강고와 죽력고를 소개하며 제조방법도 간략하게 기록했다. 술에는 격이 있는데, 로(露), 고(膏), 춘(春), 주(酒) 의 순서이다. 조선 3대 명주 중 로(露)의 격을 지닌 것은 감홍로가 유일하다.

감홍로는 원래 평양(관서)지방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던 술인데, 평양에서 양조장을 하다가 6.25전쟁 때 월남한 故 포암(浦巖) 이경찬 선생에 의해 전해지게 되었다. 이 선생은 1986년 86-가호 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이후 막내딸 이원(利園) 이기숙이 재현해 2012년 10월 농립축산식품부에서 명인43호로 지정됐다.

감홍로는 좁쌀 누룩과 멥쌀 고두밥으로 술을 빚어 두 번 증류해 일정기간 숙성시킨 뒤 8가지 약재를 넣고 침출시켜 다시 1~5년을 숙성시켜 완성한다. 용안육, 정향, 진피, 방풍, 계피, 생강, 감초, 지초가 들어간다.

궁중에서 발생한 병이 약을 끓일 만큼의 시간도 없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일 때 약 대신 급히 감홍로를 처방하곤 했다. 본래 대다수의 술은 체온을 높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내장 기관을 냉하게 만든다. 그러나 감홍로의 경우 약재의 성분이 내장기관을 따뜻하게 만들어 막혀있던 기와 혈을 뚫어준다.

한의학에서는 내장기관에 암이 생기는 것은 냉한 기운이 뭉쳐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러한 이유로 감홍로가 암을 치료하는 데에 쓰이기도 했다는 견해도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5월에 발간된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서 감홍로주 제조에 사용하는 약재 침출액들의 항산화 작용에 대해 다루었을 만큼 약리작용이 뛰어난 술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감홍로의 주원료는 우리나라 토종 우리밀로 만든 누룩과 메조, 찰수수, 쌀이다. 현재는 메조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지 않아 국내산 메조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대중적인 술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홍로 생산을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감홍로 복원을 위한 노력은?
술의 발전은 한 나라의 식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의 주류문화의 단절은 곧 음식문화의 단절이다. 이에 복원을 통해 우리선조들의 음식문화를 후대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고급술에 대한 보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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