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는 알프스 산자락을 끼고 아름답게 펼쳐진 동유럽의 농촌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초원위에 펼쳐진 전원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농촌마을을 지나면서 어느 정치인의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이란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분명 저 집 안에는 가족들이 편안한 여유로움 속에서 자유로운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린 늙어 잘 살기위해 젊은 날을 일에 묻혀 살아있다. 눈만 뜨면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 한 푼도 아끼는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던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러나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서 <개미와 베짱이>는 새롭게패러디되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개미는 열심히 일한 반면 베짱이는 여름내내 친구와 어울려 놀다 한겨울 식량이 떨어져 먹이를 구하려 개미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개미가 모두 떼주검이 되어 있었다. 한 푼이라도 더 모으겠다고 과로한 탓에 고혈압, 심장병 등으로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일 중독에 걸린 듯한 한국인의 단면을 개미로 패러디한 이야기다. 개미에게는 일만 하지 말고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것을, 베짱이에겐 지나친 향략을 절제하는 삶의 방식을 주문하고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과 조화는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 저녁이 있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미래요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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