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 미래농업은 여성이 지배한다

④콩 생육환경 연구 - 농촌진흥청 두류유지작물과 박현진 연구사

이모작에 따른 콩 파종한계기 구명 연구 매진
습해 경감 위한 친환경 재배법 개발에도 초점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리는 콩은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부 지역이 원산지다. 콩 원산지답게 우리나라는 다양한 두과작물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이나 들에서 야생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콩 자급률은 2011년 기준으로 22.5%에 불과하다. 주요 생산국은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인데 이들 나라로부터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콩 소비가 늘고 있는데, 이에 맞춰 국내 농가들도 점차 콩 재배를 늘려가고 있다. 이 같은 콩 재배확대에 발맞춰 지역별 재배환경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기능성작물부 두류유지작물과가 그 중심에 있다.

콩 파종한계기 제시가 1차 목표
지난 2012년 기능성작물부에 발령 받은 두류유지작물과 박현진 연구사(26·사진)는 갓 2년을 넘긴 신진연구사다. 대학에서 곤충 유전학을 전공했던 박 연구사는 인턴으로 기능성작물부에서 일했던 인연으로 공채를 통해 이곳에 들어와 연구분야를 작물 쪽으로 바꿨다.
“발령 후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에서의 콩 재배 시 식물체의 생육과 수량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부지역에서 늦게 콩을 재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현상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콩을 주로 양파, 감자, 밀 등을 수확한 후 이모작으로 이어짓고 있는데, 이들 작물의 후작으로 재배하면서 파종기가 많이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 콩 재배기간이 자꾸 늦춰지다보니 생육이나 수량에 영향을 주고, 서리피해를 입을 위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콩 품종별로 적절한 파종한계기를 구명해서 농가들에게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 동안 육종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축적돼 왔지만, 재배환경에 관한 연구는 미진했던 게 사실이에요. 아직 객관적인 데이터가 많이 부족합니다. 실제 콩을 늦게 파종하게 되면 단백질이나 지방, 당 등 성분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대표 품종인 ‘대원콩’과 높은 수량을 자랑하는 ‘대풍콩’, 100일 만에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 ‘참올콩’을 대상으로 파종한계기를 밝혀내는 시험을 하고 있어요.”
지난 2년간의 시험결과와 그 이전에 선배들의 연구결과를 통합해 적절한 파종한계기를 제시하는 것이 가까운 목표고,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모아 콩 생육예측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그 다음 목표라고 박 연구사는 말한다.

미국 같은 주요 콩 생산국의 경우 ‘소이그로’(SOYGRO)라는 생육예측모델이 있어 꽃 피는 시기, 수확기 등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콩 재배와 연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콩 유전자원과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결과가 있어 이러한 모델 개발에 매우 유리할겁니다.”

콩 수분스트레스 영향 연구
또한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강수향이 집중돼 있어 작물이 습해에 매우 취약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특별한 대응방안이 없어 기록적인 강우가 내리는 해에는 많은 농가들이 콩 생육 불량과 병해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가 최근 새롭게 연구목표로 삼은 것은 식물의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다.
“식물도 인간처럼 불리한 생육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 잘 자라지 못합니다. 기존의 연구는 주로 콩의 생육이나 수량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 반응을 작물 생리적인 부분에 집중해 연구하려고 합니다.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 현재 경북대 박사과정에 입학해 수분 스트레스에 대한 콩의 생리적 반응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습해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와 더 나아가 습해를 경감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지속할 생각입니다.”

작물 생육 보며 생명에 경외
아직 신규다보니 차려진 반찬(?)은 많은데 원하는 연구방향을 설정하기 힘들다는 박현진 연구사. 그렇지만 차근차근 연구를 진행하며 그 성과가 영농현장에 적용돼 농민들로부터 문의전화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아직 젊어서인지 콩을 파종해서 싹이 나오고 자라서 콩이 맺히고 수확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생명의 신비에 경외심을 갖는다는 박 연구사의 포부는 생각보다 원대하다.
“많은 종자들을 외국에서 들여와 로열티 출혈이 큽니다. 자급률이 그만큼 낮다는 거죠. 종자주권이 매우 중요한데도 말이죠. 그래서 제 꿈은 저의 콩 재배환경 연구를 바탕으로 농민들이 품질과 수량이 많은 콩을 생산해 자급률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농촌진흥청에 들어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