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20가지 ①어육장

어육장(漁肉醬)-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급 장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어육장의 역사
어육장은 큰 독에 잘 말려 손질한 고기와 생선을 메주 사이에 켜켜이 넣고 소금물을 부어 밀봉한 뒤 1년간 발효시킨 조선시대 서울의 양반들이 주로 이용했던 반가식품이다. 어육장은 조선후기 유일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 1759〜1824, 영조 35년~순조 24년)가 저술한 생활경제 백과사전 ‘규합총서(閨閤叢書)’에 ‘그 맛이 아름답다’고 기록돼 있는 전통 장(醬)이다.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전통장
조선시대 궁궐에서 담그던 전통 된장·간장인 어육장의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된장을 담글 때 쇠고기와 닭고기, 꿩고기, 도미·조기·병어·민어 등 흰살생선을 꾸덕꾸덕 말려 넣는다. 고기와 생선이 자연스럽게 배어 맛과 향이 보통 된장·간장과는 전혀 다르다.
어육장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급 장으로,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고기를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어육재료를 첨가해 고소하고 감칠맛이 날 뿐만 아니라, 인공조미료 대신 천연의 다양한 전통 식재료를 사용해 웰빙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어육장은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귀족 음식으로 서민들이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그만큼 어육장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가 적었다. 옛 문헌에는 어육장이 소개돼 있으나 정확한 조리방법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조리과정이 까다로워 보편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지 못했으며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 원형이 계승되지 못해 현재 어육장을 제대로 담그는 이가 소수에 그치고 있다.
어육장은 생선과 고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 상온에서 발효하는 장류와는 달리 발효과정이 까다롭다. 이런 이유들로 대를 이어 어육장을 생산하려는 이들이 줄어들고 어육장도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있다.

어육장 복원을 위한 노력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0년 조선시대부터 궁중이나 서울 양반가에서 주로 이용했던 고급스런 장의 대표격인 어육장을 3대째 계승 발전시켰으며 특히 1999년부터 상품화를 통해 어육장의 제조기술 확립과 장류의 산업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권기옥(상촌식품/용인)씨를 명인 증서를 교부했다.
충남 논산의 임은주(해담골/논산)씨는 젓갈로 유명한 강경포구가 있던 강경읍 일원과 연무읍, 광석면 천동리 등지에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다양 젓갈과 같은 어장(漁醬), 그리고 꿩과 같은 날짐승을 잡아 푹 고은 다음 된장에 넣어 삭혀 먹던 육장(肉醬) 풍습을 되살려 어육장을 안전하게 발효·숙성시킬 수 있는 장독대를 개발해 지난 2013년 11월 소상공인진흥원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소중한 전통음식과 조리법들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지역의 주부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육장 장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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