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⑦ 와인의 오해와 진실Ⅱ

“스위트와인은 당도가 높은
과즙과 발효를 멈추게 하는
기술로 생산된다”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로 만드나요?”
“당분이 많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달콤한 와인이 되나요?”
와인에 관한 이런 질문은 자주 접하는 것들이지만, 짧게 대답하기는 조금 곤란한 점이 있다. 왜냐하면 반쯤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옳다고 할 수도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화이트와인은 우리가 흔히 청포도 또는 백포도라고 부르는 색소가 없는 품종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끔 예외가 있는데, 레드와인 제조용으로 쓰이는 적포도를 가지고도 싱싱한 상태에서 으깨지 않고 압착기로 눌러 짜면 투명한 색의 과즙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피노누아(Pinot Noir)라는 포도품종은 레드와인 양조용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투명한 샴페인을 만드는데도 자주 사용된다. 결국 백포도로는 화이트와인 밖에 만들 수 없지만, 적포도로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모두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효모(yeast)라는 미생물이 포도과즙 속의 당분을 분해하여 만들어낸 알코올음료이다. 요즘 같은 늦가을, 잘 익은 포도는 과일 중에서도 최고의 당도를 자랑할 만큼 당분이 많다. 그 당분을 효모가 먹고 분해해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발효라고 하며, 이 과정을 통해 포도과즙 속의 당분은 알코올로 변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당분의 50~60% 정도의 알코올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당도가 20브릭스였던 과즙이 전부 발효되면 알코올농도 10~12%의 정도의 와인이 되는 것이다. 발효가 끝까지 진행되면 대부분의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어 단맛이 없는 드라이와인이 만들어진다. 이와 달리 발효 도중에 효모를 제거하거나 활동을 중단시키면 발효되지 않은 당분은 그대로 와인 속에 남아서 달콤하면서도 알코올농도가 낮은 와인이 만들어진다.

또한 포도과즙의 당도가 엄청나게 높은 경우 발효가 진행돼 충분한 알코올이 만들어지면 효모도 술에 취해 활동을 못하게 되는데, 그 정도의 알코올이 만들어지고도 남을 만큼 당분이 많은 포도즙을 이용하면 달콤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보통 알코올이 9~13% 정도 되는 아이스와인(Ice wine)이나 귀부와인(Noble lot wine)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30브릭스 이상의 고당도 과즙이 사용된다. 이와 같이 특별히 당도가 높은 과즙은 정상적인 포도재배를 통해 얻어지기 보다는 포도를 얼려서 착즙하거나, 수확 후에 포도를 그늘에서 말리거나, 과피에 곰팡이를 번식시켜 쭈글쭈글해진 포도를 늦게 수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아주 드물게는 과즙이 발효되는 도중에 독한 증류주 등의 알코올을 첨가해 발효를 멈추는 방식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첨가된 알코올 때문에 효모가 활동을 중지하면 과즙의 당분이 그대로 남아서 달콤하면서도 독한 와인이 된다. 스페인의 셰리(Sherry)나 포르투칼의 포트(Port)같이 18~30% 정도의 알코올 함량을 가진 것들이 부분이며 주정을 첨가하여 만들기 때문에 주정강화와인(Fortified wine)이라고 불린다.

스위트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도가 높은 과즙과 발효를 멈추게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효모를 일찍 제거하면 저알코올, 발효가 멈춰질 때까지 기다리면 중간알코올, 주정을 첨가하면 고알코올의 스위트와인이 만들어진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