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올해는 흔치않게 9월에 윤달(閏~)이 들었다. 그것도 1832년 이후 182년 만이다. 양력으로는 10월24일부터 11월21일까지이다. 그래서 음력 9월이 두번 들게 돼 올 추석이 그렇게 빨라진 것이다. 대개는 5월에 많이 드는데, 다음에 오는 9월 윤달은 앞으로 954년 뒤인 2109년에 다시 든다.

윤달은 음력에 들지만 엄연한 과학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지구의 자전과 공전 주기에 의해 계산되어진 양력은 한달을 30, 31일로 번갈아 사용해 1년 365일에 맞춘 것이고, 음력은 달의 지구공전 주기에 따라 한달을 29, 30일을 번갈아 사용해 1년을 354일로 맞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양력 1년과 음력 1년과는 11일의 오차가 생긴다. 이 오차를 양력기준에 맞추다 보니 음력 윤달을 끼워넣게 된 것이다.

윤달은 흔히 4년에 한번 오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확히는 19년에 7번, 즉 만 3년이 채 되지 않아서 윤달이 온다. 이것을 ‘칼리푸스 주기(Callipus cycle, 週期)라고 하는데, 이미 BC334년 그리스의 칼리푸스가 발견했다.
우리 조상들은 윤달을 남은 달, 썩은 달 혹은 여벌 달이라고 불렀다. 없던 달이 생겨난 것이니 무엇을 해도 귀신이 방해하고 간섭하지 않아 부정을 타지 않는 해(害)가 없는 달이라고 여겨 결혼이며 이사와 집 수리, 묘지의 이장과 개장 등을 하면 길(吉)하다고 믿었다.

‘손(귀신) 없는 달’이란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옛책 <동국세시기>에도 윤달을 ‘뭘 해도 탈 없는 달’이라 기술해 놓았다.
불교에서는 윤달을 ‘복과 공덕을 짓는 달’이라 하여 살아서 자신의 극락왕생을 비는 ‘생전예수제’, 세 곳의 사찰을 다니며 기도를 올리는 ‘삼사순례’, 수행자에게 가사(架娑, 스님의 법복)를 시주하는 ‘가사불사’의 예를 올린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간에는 윤달에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현상이 적잖다고 한다. 윤달은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 감시를 쉬는 달이니 그만큼 조상의 음덕(陰德)을 받지 못한다고 믿어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달에 얽힌 속설도 많다. 2월에 윤달이 들면 보리농사가 풍년이고, 5월에 윤달이 들면 그해 늦장마가 오고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점쳤다. 윤달이 되면 회양목의 키가 한 치씩 준다는 전설에 기대어 키 작은 사람을 조롱하거나 일의 진행이 더딜 때 ‘윤달에 만난 회양목’이라 한다든지, 좋지 못한 일이 겹쳐 일어날 때 ‘흉년에 윤달’, 좀체 들지 않는 윤동짓달에 빗대 꿔준 돈을 떼어먹는다는 뜻에서 ‘윤동짓달 초하룻날’이란 윤달 속담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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