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⑥ 와인의 오해와 진실Ⅰ

▲ 샤또 디껨(Chateau d'Yquem) 내부 저장고

고급와인들은 수십년,
수백년 역사를 통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 왔다

▲ 디껨 와인

“와인병은 왜 눕혀서 보관해야 하나요?”
사람들로부터 많이 받게 되는 와인에 대한 질문 중 하나다.
“네. 코르크 마개가 젖어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마르면 와인이 새거나 변질될 수 있거든요.”
“먹다가 남은 와인은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네. 뱃속에 보관하시면 됩니다. 하하. 꼭 고객님 뱃속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주위에 좋은 분들과 함께 드시지요.”
이렇게 간단하게 바로 답변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비싼 와인들은 수천만 원짜리도 있다던데, 그런 것들은 왜 그렇게 비싼지, 와인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은 것인지 등과 같이 긴 답변이 필요한 질문들도 많다. 그래서 와인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 시리즈를 써본다.

먼저 와인의 가격과 종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2002년 2월 26일 영국의 언론들이 보도했던 바클레이은행 직원들의 ‘간 큰 접대’이야기는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일화이다. 당시 은행직원 다섯 명이 고객과의 거래 성사를 기념으로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신 와인 5병의 가격은 무려 8,300만 원이었다. 이를 접대비 명목으로 영수증 처리 하려다가 해고당했다는 것인데, 이들이 마셨던 와인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로마네꽁띠, 샤또 페트뤼스 1945, 1946, 1947년산, 샤또 디껨 등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말콤 포브스가 구입했던 1787년산 샤또 라피트로췰드 한병의 가격은 무려 17만 달러로 우리돈 1억7000만원 정도였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와인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싼 것일까?
답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의 가격구조 때문이다. 유명세로 인해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만들어지는 수량은 턱없이 부족하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와인의 역사와 스토리이다. 통신이 발달한 요즘에는 특급 와인이 되는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와인품평회를 통해 연예계의 아이돌처럼 해성같이 등장하여 하루아침에 유명해지는 와인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고급와인들은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온 것들이다.
이렇게 고가의 와인이 있는 반면, 한 병에 2천원밖에 안하는 초저가의 와인도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물을 담아 팔아도 그 가격대의 와인은 만들어내기 어렵지만, 차로 달려도 한 두 시간 걸리는 거대한 포도밭과 수만 톤급의 옥외탱크를 가진 대형 와인공장에서는 2천원짜리 와인도 생산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와인은 가장 비싼 술인 동시에 가장 싼 술이기도 한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2천만원짜리 와인이나, 2천원짜리 와인이나 알코올과 각종 유기산으로 이루어진 성분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주 적은 양의 향미 성분에 의해 와인의 맛이 결정되고 그 작은 성분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와인메이커들이 기울이는 노력의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다양한 가격의 와인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 판매되는 포도품종이 몇 가지 종류인 것에 비해 해외에서 와인양조용으로 길러지는 포도품종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포도가 서로 다른 땅과 기후에서, 서로 다른 재배방식으로 길러지고, 서로 다른 양조자의 손을 통해 와인으로 탄생하는 구조를 알고 나면 왜 와인이 다양한 술일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자 이제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자. 와인은 비싼 술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술’ 이라는 것이다. 조언하자면 와인을 애써 공부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평생을 마셔도 세상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1%도 맛보기 어려우니 말이다. 최대한 편안하고 느긋하게 식사와 함께 즐기면 그뿐이다. 모처럼 레스토랑에서 비싸고 귀한 와인을 주문했다면 한 잔 정도 소믈리에에게 양보해보자. 그 다음에 방문할 때 소믈리에는 좀 더 발전해 있을 것이고, 당신은 최고의 고객으로 대접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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