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④

와인은 시간을 두고 음미하면
다채로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 부부가 주최하는 와인파티에 초대를 받았는데 장소가 고급 레스토랑이라서 옷은 어떻게 입고 가야할지, 와인에는 문외한이라 어떻게 마셔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그저 주는 대로 먹고, 마시면 된다고 대답했겠지만 유독 부끄러움이 많은 그 분을 위해 차근차근 설명하다니 꽤나 긴 통화가 되어버렸다. 사실 비슷한 문의를 자주 받는 편인데 그때마다 매번 설명하기도 힘든 일이니, 이참에 여러 사람이 읽는 신문지면을 빌려 정리해두기로 한다.
우선 초대장에 특별한 드레스코드가 없다면 옷차림은 단정한 정장이면 충분하다. 물론 멋진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매거나, 여성이라면 시원하게 등이 파인 이브닝드레스를 입어도 좋겠지만 파티의 분위기를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무난한 복장이 좋을 것이다. 향수나 스킨의 사용은 요리와 와인의 향을 해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자제하는 게 좋다. 식사로 코스요리가 제공된다면 포크와 나이프 등의 기물은 제일 바깥쪽에 놓인 것으로부터 사용하고 요리가 나오는 순서대로 한 단계씩 안쪽에 놓인 것을 사용하면 된다.

만약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식사 중일 때는 포크와 나이프는 팔자 모양으로 접시위에 놓아두고,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일자 모양으로 놓아두면 웨이터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 냅킨은 식사 중에는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식사가 끝나면 대충 접어 식탁위에 올려놓으면 된다. 왕년에 레스토랑에서 칼질 좀 해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이야기겠지만 보통은 이정도 이야기만으로도 머리 아파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와인잔은 물잔, 찻잔 등과 함께 각 좌석의 오른편에 세팅 되는데, 한사람 앞에 와인잔이 여러 가지가 놓여 있다면 즐거운 비명을 질러도 좋다. 당신 앞에 놓인 와인잔의 수만큼 여러 가지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원샷’은 금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맛과 향이 변하는 와인을 원샷하는 것은 스프만 먹고 식사를 마치는 것과 같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해보면 다채롭게 변화하는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이 서빙 될 때 잔을 들지 않는다... 잔을 들어 올리면 병과 부딪혀 깨질 수도 있고, 움직임 때문에 와인을 따르다가 잔 밖으로 흘릴 수도 있다. 그저 서빙해 주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이나 눈인사로 충분하다. 잔에 담긴 와인이 줄어들면 보충해 주는데 소주잔처럼 깨끗이 비우고 받지 않아도 된다.

▲와인잔은 편하게 잡는다 ... 잔의 길쭉한 줄기(Stem) 부분이나 바닥(Base)을 잡아야 된다고 설명된 책도 많지만 개인의 취향이나 편안함을 포기해야할 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보울을 잡은 손 때문에 시원한 화이트와인이 데워질까 걱정되거나, 남의 구설수에 오르기 싫은 분들은 그냥 기둥을 잡도록 하자.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건배할 때는 잔을 옆으로 기울여 볼록한 아랫부분이 부딪히게... 와인잔에서 입술이 닿는 부분은 굉장히 얇다. 건배할 때 이 부분이 부딪혀서 깨지면 당신은 최악의 손님이 될 수도 있다. 레드와인이 쏟아진 옷이나 테이블보는 세탁하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와인을 마시기 전에 냅킨으로 입술을 닦는다... “숙녀의 잔에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먹다가 바로 와인을 마시면 입술에 묻은 기름기나 해산물이 와인을 오염시켜서 와인에 기름이 둥둥 뜨거나 비린내가 날 수 있다.

▲물잔과 와인잔은 항상 오른쪽에... 흔히 ‘좌빵우물’이라 외운다. 왼쪽 빵과 오른쪽 물이 나의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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