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 대안경제단체 ‘과천 품앗이 공동체’

▲ ‘품앗이 공동체’ 강보애 운영위원장과 문현주 회원분과장이 품앗이 공동체 가맹점에서 운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흔히 같은 종류의 노동을 맞교환하는 형식을 일컫는 ‘품앗이’.
‘need’가 다양해진 현대에 맞춰 품앗이를 접목해보자. 내가 갖고 있는 ‘품’을 제공하는 대신 다른 종류의 ‘품’이나 자원을 제공받는다. 이들간의 원활한 교환을 위해 별도의 화폐를 사용한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는 14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과천 품앗이 공동체의 이야기다.
2000년 10월 창립한 과천 품앗이는 대안경제에 관심있던 5명의 주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서로가 갖고 있는 재능을 품앗이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과외를 시켜주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과천 품앗이에 재능을 나누고 싶어하는 회원이 늘어나면서 공동체 내에서만 통용되는 가상의 화폐도 만들어졌다. 과천의 마스코트인 토리·아리에서 따온 ‘아리’다. 아리의 기준은 노동력의 제공시간으로 1시간의 노동력은 1만 아리로 계산된다.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해 아리를 벌면 지역화폐통장에 기록하고 필요한 품이 생기면 자신이 갖고 있는 아리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거래 품목은 보육과 교육품을 비롯해, 먹거리, 가사, 이·미용, 취미생활, 의료, 장보기 서비스 등 다양하다.
회원들은 품앗이를 통해 경제적인 혜택을 누릴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 계발의 기회도 제공받게 되면서 ‘품’의 공급이 꾸준히 유지된다.
어쩌면 동네 소모임으로 끝날 수도 있던 조직을 150여명의 회원수를 유지하며 14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바로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시스템과 함께 회원간 끈끈한 정이 최대 ‘무기’다.
운영위원회는 회원분과, 아리분과, 행사분과, 소식지분과, 교육분과, 회계 등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또 자체 온라인 카페를 통해 소모임과 품 거래, 회원간 동정 등 모든 내용이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모든 거래가 실명으로 운영되고 평균 월 1회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회원간 결속이 다져지며 이웃들과의 신뢰와 믿음, 정이 쌓인다. 이웃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면서 애향심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품앗이 공동체가 단순한 대안경제단체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강보애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겨울 장애를 가진 한 아이가 실종된 일이 있었다. 200여명의 회원과 동네주민들이 SN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 기적적으로 외딴곳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아이를 찾았다”라며 “단순히 품앗이 공동체가 대안경제단체였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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