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도시와 농촌은 결코 따로 존재할 수 있는
독불장군들이 아니다.
협업 없이는 결국 모두 손해만 보게 된다.
건전한 농촌, 살만한 농촌이 있어야
도시인들은 생을 유지할 수가 있다."

입추가 지나자 신기하게도 아침저녁 바람 끝이 달라졌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가을 기운을 접하면서 계절의 정확함이 무섭게까지 느껴진다. 도심 한 가운데서야 이런 감상이나 말하고 있지만 농촌은 아마도 말 할 시간도 아껴야 할 만큼 바빠지는 때가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아낙네들의 손이 바빠질 것이다. 논농사야 이 맘 때가 되면 병충해가 생길까 또 태풍이 불어닥칠까 노심초사하는 일 외에는 한 숨 돌리고 있을 때이지만 밭농사는 여기저기서 서로 어서 오라고 일손을 부르는때다.
농업도 예전 같지 않아 계절이 없어지고 전천후 시대가 된 것이야 알지만 그래도 절기처럼 때는 있기 마련 아닌가? 여름 채소들을 거두어 내고 김장거리 채소를 심을 준비를 해야 하고 모든 작물들의 결실을 제대로 하기 위해 세심한 관찰도 해야 하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수확하기 위한 준비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일손이다. 서투른 사람들 데려와 봐야 신경만 쓰이고 능률이 안 오르는 문제가 있겠지만 고질적인 농촌 일손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농산물의 판매 부문에서만 도농 협력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부터 도농 협업을 생각해 보면 어떨는지 모르겠다.

새마을운동 등으로 아직도 부녀회가 도농 모두 활동 중이다. 이를 근거로 해서 농촌 여성단체와 도시 여성단체들이 서로 연계하여 수확을 돕는 활동을 벌여서 농촌여성들은 일손을 얻고 도시 여성들은 농산물을 염가로 살 수 있는 길을 트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얻어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너무 철 없고 현실성 없는 생각이라고 눈 흘김 당할 발상인지 모르겠으나 밭에 너부러져 버려진 배추 무 등의 김장거리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과 배 등의 과일도 전문가들이 제대로 수확한 후에 등급 이하의 것들을 그대로 버리지 말고 관광 겸한 과일 따기 행사를 벌여 서로 정도 나누고 아까운 농산물을 버리지도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허황되고 현실감 없는 발상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답답해서 해보는 말이다.

실제로 연전에 농촌에 다른 일로 초청되어 갔던 일행에게 과수원에 가서 과일을 따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일 해본 경험이 있어 하는 말이다. 등급 안에 드는 과일을 수확한 후의 나무들만 골라주며 마음껏 따서 상자에 담고 돈을 계산 하는 방식이었다. 집에서 먹을 것이니 상품가치의 외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농촌의 일손도 돕는다니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배추 무도 와서 수확해 절여갈 수 있게 준비해 주고 비용을 받으면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어 비용도 줄고 교통난도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각종 양념거리를 사서 씻어 갈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한다면 기분 좋은 체험관광 상품으로도 키워볼 만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손이 부족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농사라는 일을 함께 체험해 보게 함으로서 이해를 도와 우군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다.
도시와 농촌은 결코 따로 존재할 수 있는 독불장군들이 아니다. 협업 없이는 결국 모두 손해만 보게 된다. 건전한 농촌, 살만한 농촌이 있어야 도시인들은 생을 유지할 수가 있다. 훌륭한 먹을거리가 없는 한 건강도 행복도 공염불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농약 덜 묻은 깻잎이나 고춧잎을 따러 오라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가서 제대로 값을 치러도 함박웃음을 웃으며 달려갈 도시아낙이 많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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