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어 ‘다름’을 받아들이라”

프란체스코 교황의 짧지 않은 4박 5일의 방한은 우리사회의 소수·약자·결핍자 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특히 결혼이주자와 노동이민자등 100만 여 다문화인 들도 종교와 인종을 떠나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며 ‘파파’의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갈망했다.
지난 17일 폐막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는 카톨릭이 아니더라도 교황을 보기위한 수많은 다문화인 들이 참석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사회에서의 ‘소외’와 ‘상실’을 그들은 ‘파파’를 통해 얼마나 덜었을까?

교황 말씀 듣고 미움 버려
23개국에서 온 청년들이 참가해 솔뫼성지 등 충남 곳곳의 천주교 성지를 돌며 진행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2014. 8. 13~17)의 대표 아이콘은 당연히 프란체스코 교황이었다.
교황은 폐막미사를 집전하며 세계 각국의 청년들과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인들에게 “너희가 갖고 있는 젊음을 다 어디에 쓰겠느냐, 깨어나라”면서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필리핀에서 온 청년 카라반 씨는 “오늘 교황님의 강론 중 ‘여러분 주위의 외국인, 궁핍한 자, 심지어 마음이 부서져 멀리하고픈 사람에게까지도 그리스도같은 사랑을 가지고 대하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며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간 사촌누나가 학대와 편견에 시달리다 이혼하고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한국인이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에 대한 깊은 원망과 증오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나 자신마저 망치는 미움의 감정을 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각국 청년들과 이주민들이 교황의 ‘힐링’에 갚이 감응했다.
박해의 현장에서 희망을 일성하다
지난 2011년부터 4년째 평화방송(PBC) 다문화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가 무지개처럼'을 진행하는 배우 양미경 씨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님의 위로를 갈구하는 다양한 사연들이 물밀듯 들어왔다.”며 “그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다문화인들이 사랑과 관심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이번 교황님의 방한을 통해 다문화를 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이 좀 더 성숙해 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그 자신이 이민세대다. 그의 부모는 1929년 1차 대전과 이탈리아의 독재정권을 피해 머나 먼 아르헨티나로 이민 갔다.
그들은 6년후인 1936년 장차 교황이 될 아기 ‘베르고굴리오’를 낳는다.
가난한데다 허약하기만 한 몸을 가지고 화공기사로 일하다가 카톨릭에 입문, 33세에 사제서품을 얻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프란체스코 교황은 그 자신이 ‘극복’의 대명사였다.
1200여년만의 ‘비 이탈리아 인’ 교황, 최초의 ‘남미출신’ 교황 등 프란체스코 교황은 누구보다도 차별과 편견을 견뎌냈던 사람이다.
교황이 폐막미사를 집전한 충남 서산시 해미 솔뫼 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1822~ 1846) 이 태어난 곳이다. 김대건 신부는 1845년 24세의 나이에 사제품을 받았지만 1년 후 서울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증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아버지 김제준, 그리고 김 신부 자신까지 4대에 걸쳐 11명의 순교자를 낸 김 신부 일가야말로 당시 체제에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핍박받았던 사람들이다.
편견에 의해 희생된 슬픈 현장에서 던져진 교황의 ‘편견을 극복하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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