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이 병에 가득히 넣어가지고서/ 라라라라 라라라라 온다야♪♬~’
아주 오래 전 ‘국민학교’시절 음악시간에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춰 붕어입처럼 뻐끔거리며 목청껏 부르던 동요<고기잡이>다. 머릿속에 신나는 여름방학을 그리면서….
드디어 여름방학. 특별한 놀거리, 볼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시골아이들에게 들판 수로(水路)와 아산만 갯벌가에서의 천렵은 더할 수 없는 여름놀이였던 셈이다. 솨솨솨 쉬쉬쉬 고기를 몰아잡는 손그물이며 좽이, 양동이와 즉석 매운탕을 끓일 작은 솥단지에 고추장까지 바리바리 챙겨들고 흡사 야전 행군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리는 실히 넘는 갯벌가 늪지로 천렵을 나선다.

동네 형들은 민들판에 뚝딱뚝딱 햇볕을 가릴 군용 야전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홀라당 옷을 벗어던지고 첨벙 늪속으로 뛰어든다. 관정으로 물을 가둬놓은 늪에는 누런 핫도그 모양의 긴 꽃방망이를 뽑아올린 키큰 부들이며 별모양의 흰꽃을 머리에 인 마름잎들이 동심원을 따라 물위에서 어지럽게 일렁거렸다. 아이들의 어깨까지 차오른 물 속에서 무자맥질 하듯하며 고기를 몰고 좽이질, 그물질 하길 그리 오래지 않아 메기며 참붕어, 미꾸라지, 피라미, 송사리들이 퍼득거리며 잡혀올라왔다.
한쪽에서는 동네형 한둘이 ‘고기는 이렇게 잡는거야’하는 식의 느긋한 모습으로 돌돌돌 물이 흐르는 논의 물꼬에 된장을 한줌 척 바른 둥그런 체를 세워놓는데, 곧바로 쳇속에 누런 미꾸라지들이 바글바글 끓었다. 그렇게 잡은 고기들은 손질 하나 할 것 없이 대충 민물에 씻어 논두렁에 걸쳐놓은 작은 솥에 넣고 고추장 만을 대충 풀어 즉석 매운탕을 끓이는데… 시장이 반찬이었던가, 그 맛이 꿀맛이었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 보세/ 해 길고 잔풍(殘風)하니 오늘 놀이 잘되겠다/ …/ 촉고(數罟)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磐石)에 노구(爐口, 솥)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농가월령가>에서 그린 당시 천렵의 모습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물이 적당히 줄어든 앞냇가에 가서 은빛비늘 가진 실한 물고기를 잡아 너럭바위에 솥을 걸고 끓여먹으니 세상의 모든 고기 맛이 이 맛에 비하겠느냐 하는 말이다. 그처럼 천렵은 우리 고대 선인들의 수렵습속이 후대까지 남아 전해오던 여름 풍속인데, 이제는 점점 그 적의 낭만어린 모습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 마음이 더 후끈 더워지는 여름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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