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 보리의 무한변신, 보릿고개 넘어 웰빙으로…

⑥ 국내 보리산업, 식량안보를 위한 제언

보리는 사회적비용 절감하는 미래형 곡식
식량자급률 달성전략 세분화·R&D 강화 필요

▲ 전북 익산에 있는 농촌진흥청 벼맥류부의 보리 연구 온실.
이제 국민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국내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보리의 역할을 재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제2의 주곡으로서 보리의 식량자급률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 목표 재설정과 달성 전략의 세분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식용과 가공 위주의 내수(內需)와 사료용 종자의 수출까지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리 관련 연구개발이 추진돼야 한다. 국내 보리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본 기획 마지막 편. ‘보리의 무한변신, 보릿고개를 넘어 웰빙으로’ 가기 위한 여러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어본다.

보리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리의 영양과 우수한 기능성을 근거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미래형 곡식이라는 시각의 접근법이 요구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육류와 백색곡물 위주의 식생활로 성인병 발생이 급격히 높아지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우려된다고 보고한 바 있으며, 미국의 경우 비만 등의 성인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1천230억 달러(약 120조 원, 2006)이며, 우리나라는 3조4천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기상악화에 따른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주곡으로서 보리의 중요성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국내 쌀 부족 발생, 식량가격의 폭등 등의 위기에 쌀을 대체할 수 있는 보리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에 제2의 주곡으로서 보리의 식량자급률 목표설정에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 목표 재설정과 달성전략의 세분화가 필요하다.
2015년 맥류를 총괄한 자급률 목표치는 4% 수준으로 품목별로 그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법적 구속력도 없으며, 사회적 기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쌀 생산이 어려운 경우 등 다양한 식량안보 위협 상황과 성인병 등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한 자급률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리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보리 관련 R&D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산업소재로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쌀(550㎏/10a)에 준하는 생산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식용·가공용·기능성소재 등 용도별 보리 품종 육성, 재배기술, 기계화, 복합 내병충성을 가진 신품종도 개발돼야 한다.
사료로서 보리의 이용이 주를 이루는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축의 기호성과 영양이 우수한 사료용 보리 종자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수매 중단과 FTA에 대응할 수 있는 지자체 고유의 비즈니스모델 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
성공적인 지역농산업 비즈니스모델의 구상을 위해 일본 등 보리관련 선진국과 국내 우수사례의 벤치마킹이 시급하다. 지자체와 농협이 연계해 수익모델을 구상하고, 그에 맞춰 생산·유통·수확·판매방식을 결정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품질 등급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지속적으로 우량종자를 확보·보급해 자체적으로 품질을 높여가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생산 안정화와 산지유통의 규모화를 위해 균일한 품종, 품위, 품질을 규격화한 계약재배 거래체계의 확립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색택 위주의 검사 방식을 곡립순도비율(식용), 단백질, 발아율(맥주보리) 등으로 재설정하고, 보급종 갱신율을 100%까지 상향 조정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민간차원의 보리산업 활성화를 위해 우수한 지자체를 선별해 처리·건조·저장시설을 지원하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군산보리생산자협회 이태만 회장은 “군산지역 보리는 정부수매 중단 이후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노력으로 재배면적이 대폭 증가했고,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가공업체 수도 늘어나 매출액이 급신장됐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이어 “다만 최근 보리 원료곡 가격이 높은 감이 있는데, 이는 가공업체나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서 “적정가격으로 모두 공생하는 보리산업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허원태 한국맥류협회장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허 회장은 “정부수매 중단 후 보리가격이 배 이상 올랐는데 가격이 높아 소비가 줄면 농민들도 득될 게 없다”고 말한다. 가격 상승으로 가공업체들이 원료곡 확보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당장 수매제도를 부활시키지 않을 것 같으면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보리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면서 “쌀이 넘쳐나는 마당에 보리산업을 더 키워 식량안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인터뷰 - 박기훈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장

“업체·소비자 맞춤형 보리 생산해야”

“가공제품 개발 적극 추진하고
농기계·가공시설 저리로 융자해줘야”

국내 보리생산은 2011년 기준으로 약 8만5천톤 정도이며, 소비량은 식용 6만5천 톤을 포함해 주정용, 사료용 등을 합하면 약 34만 톤 정도다. 과거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다.
이제라도 국내 보리산업의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보리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강조한 활발한 홍보와 함께 보리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 또한 주식으로서의 자리를 회복하기 위해 밥맛과 기능성을 개선시킨 다양한 품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국산 보리를 이용한 프리미엄급 소주와 맥주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 특화맥주 개발은 좋은 예다.
우리가 개발한 보리 품종과 생산성은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가소득과 연결된 보리 생산량 증대를 위해 가공업체와 연계한 맞춤형 고품질 원맥 생산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생산자는 맞춤형 원맥을 생산해 높은 값을 받고, 가공업체는 용도에 적합한 고품질 원료를 공급받아 양질의 가공품을 생산하는 상생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용도의 보리 품종을 개발해왔다.
쌀보리 품종은 취반용으로 흰찰쌀, 새찰쌀 등 다수의 찰쌀보리를 개발했고 자색·청색·흑색 등 5품종의 기능성 유색보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겉보리는 발아율과 효소역가가 높은 엿기름용과 맛과 향이 뛰어난 보리차용 품종을 개발·보급했다. 맥주보리는 내재해성 고품질 품종을 개발했는데, 백호보리의 경우 제주도와 전용실시를 체결했다. 특히 최근 육성된 영백찰의 경우 혼반 후 갈변이 적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보리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품종 개발과 보급도 중요하지만, 정책적인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 보리쌀의 수요 확대를 위해 보릿가루 등 가공제품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생산비 절감을 위해 대형농기계와 건조·저장시설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단됐던 생산물 등급 검사를 부활하고, 발아율 등을 추가해 농협 등 대행업체를 통해 용도별로 등급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국내산 맥주보리의 맥아를 활용할 경우 민속주 차원에서 주세 등을 획기적으로 감면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국민의 건강 증진과 소비확대를 위해 보리의 건강 기능성을 적극 홍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보리의 자급률을 2011년 23.7%에서 2017년까지 3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선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취반용 외에 고품질 보릿가루, 새싹보리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품, 유색보리를 이용한 건강 음료 등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고품질 국산맥아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프리미엄급 지역맥주 등을 적극 개발한다면 보리는 식량으로부터 공익적 가치 창출까지의 팔방미인으로 재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
보리는 우리나라 겨울철에 놀고 있는 경지를 활용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며, 국내 생산기반을 확보해 국제 곡물수급 불안에 대처한다는 면에서도 꼭 필요하다.
┃송재선 기자쪾jsssong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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