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농업 6차산업, 여성이 주인공이다

▲ 부산외대를 졸업하고 농산물가공과 유통에 뛰어든 손모아 대표와 농사를 잘 하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동생 손병인 씨.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로 농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와 개방화, 기후변화 등의 여건에서 생산 위주의 농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농업의 6차산업화로 신 성장동력을 찾고 농촌사회에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농업의 6차산업화에는 여성농업인과 청년의 적극성과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6차산업을 지향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젊은 여성농업인들을 현장에서 만나며 6차산업에 있어 여성농업인들의 역할, 성공요인, 애로점, 비전 등을 담아본다.

⑦ 전남 영암 시종면 ‘모인농산’ 손모아·병인 남매농부

유기농산물 생산 가공으로 6차산업 지향해

배추·무청·유기농쌀로 다양한 농산물 가공판매
사계절 수입 창출되는 희망농업의 길 열어

씩씩한 젊은 남매농부
영암 땅을 지키다

도시생활의 경쟁 속에서 지친 베이비부머 세대가 농촌의 여유로움을 찾아 귀농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요즘 2030 세대의 농업에 대한 도전은 보다 자발적이고 진취적이다.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통상을 전공하고 농업을 평생 직장으로 선택한 손모아(25)씨 역시 마찬가지다. 손모아 씨는 절임배추 무청 등의 농산물을 가공판매 하고 있는 영암군 모인농산의 대표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쌀을 누룽지로 상품화해 히트 시킨 장본인이다.
“저 나름대로는 주판알을 튕겨보고 내린 결정입니다.”
왜 힘든 농업을 택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손 대표는 이렇게 당차게 말한다. 농업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얘기다. 대학 때 배운 전공을 농업에 접목했을 때 보다 더 많이 얻는 것을 알았다고 스물다섯의 젊은 여성 CEO는 들려준다.

동생은 생산
누나는 유통 담당

▲ 2012년 3번의 태풍으로 무너져 내렸던 하우스를 다시 지어 유기농으로 고추 재배를 하고 있다.
손모아 씨에게는 나이는 두 살 어리지만 듬직한 남동생 병인 씨가 떡 옆에 버티고 있다. 병인 씨는 가업인 농업에 일찌감치 뜻을 두고서 한국농수산대학 식량작물학과(13기)를 졸업한 엘리트농부다. 남매는 유기농업을 해온 부모님의 터전을 함께 가꿔나간다. 사실 모인농산이란 작명도 올해 초 지병으로 작고한 부친이 남매의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서 “모인”이라고 지어주셨다.
“9살 차이가 나는 막내동생 병주가 성장하면 (주)모인농산의 가족기업으로 키우렵니다.”
벌써부터 막내 병주는 전기와 설비 등 농장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부분을 배워 합류할 요량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동생 병인 씨는 농산물을 알차게 키워내는 생산 담당이다. 벼·고추·콩·배추농사가 주 작목으로 논과 밭을 합쳐서 100만㎡(3만평) 규모의 농사다. 손모아 씨는 동생과 어머니가 가꾼 농산물의 가공과 유통을 맡아 지난해 합계 총 5억의 매출을 올렸다. 남매가 힘을 합치니 정성껏 가꾼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고 또 가공해 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었다.

유기농을 고집한
선친의 뜻을 잇다

▲ 남매의 정성으로 키워지고 가공된 생산품들. 유기농 무청은 한창 유행을 타고 있는 해독스프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부산외대 다닐 당시에 연수차 방문한 인도에서 유기농이 인기 있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하지만 내가 아니어도 우리 농장에는 동생도 있고 일할 사람이 있어 사회복지 전공의 대학원으로 진학했죠. 방학 때 아버지가 서류작업을 도와달라고 하셔 자연스레 농장 일에 엮였지만 지금 와 생각하니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 같아요.”
후계농업인을 어릴 적부터 꿈꾸어 왔던 동생 병인 씨는 대학 다니는 중에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내려와 농사를 거들었다. 4-H활동으로 우리나라 농업을 지키겠단 사명감도 키워나갔다.
“한국농수산대학은 내 인생의 행운”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병인 씨는 대학 졸업 후에도 인근 지역 동창들과의 교류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논도 할 수 있어 의지도 되고 든든하단다.
사실 두 남매에게는 꼭 이뤄야 할 꿈이 있다. 선친이 찾지 못한 땅에 대한 꿈이다. “선친께서 빚보증으로 땅을 많이 잃어버린 걸 늘 안타까워하셨죠. 지도까지 펼쳐놓고 예전의 땅을 다시 되찾으면 꼭 표시를 해 놓곤 하셨죠.”
손병인 씨가 농어촌공사의 ‘2030세대농지지원사업’으로 지난해 논 21만㎡을 더 구입한 것도 이런 이유다. 유기농을 하기에 더 이상의 규모화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부친의 못다 이룬 꿈은 남매의 목표가 되고 있다. 모아씨의 선친은 유기농업을 고집하셨다.
“농사는 흙이 반 이상”이라며 흙을 살리는 유기농법에 매달려 손수 친환경자재를 만들어 논과 밭을 돌봤고 남매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

유기농쌀 가공한
할머니맛 손누룽지

모아 씨는 지난해에는 전남도농업기술원의 청년창업자금 지원으로 누룽지를 상품화해 판매했다. 컵라면처럼 간편하게 물을 부어 마실 수 있게 만든 상품화으로 모아 씨는 직접 생산한 유기농쌀을 그냥 판매할 때보다 몇 배의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상품” 이란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내손이 조금 닿았을 뿐인데 부가가치가 높아지던 걸요. 재미가 있으니까 더 욕심이 생겨요”
판매에는 의외로 대학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SNS에 올렸더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문이 쇄도했고 일부는 선물용으로 생협을 통해 판매했다. 올해는 조생벼를 심어 일찌감치 2차 가공에 들어갈 요량이다. 병인 씨의 쌀농사만으로는 물량이 부족해 주변 작목반의 유기농 쌀까지 구매해 가공에 나서며 지역과의 상생방법을 찾고 있다.
손모아 씨는 앞으로는 가공 반찬류 가공공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지금 증축이 한창인 가공시설이 마무리되면 절임배추 외에도 유기농 반찬과 유기농 김치의 생산과 판매로 가공품을 다양하게 만들 생각이다. 이곳에서는 고추도 하우스 시설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있어 배추는 물론 김치의 부속 재료까지 모두 유기농으로 만들 수 있는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또한 박람회 등에 지속적으로 참석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수출바이어들을 농장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기획해 해외 수출로 판매의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모아씨 남매에게 논과 밭은 어린시절에는 호미들고 놀던 놀이터였다. 이곳이 이제는 그들의 일터이고 행복을 가꿔나갈 삶터가 됐다.
농촌의 고령화로 안전한 우리 먹거리 농산물의 지속적 생산에 걱정이 많은 요즘에 우리 땅을 지키고, 그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가공품을 만들어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는 농업한류를 꿈꾸는 젊은 남매는 우리나라 농업의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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